이 기사는 2020년 06월 03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말 뉴질랜드에서 25세의 하원의원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연설 도중 야유하는 기성 의원들에게 “오케이 부머(OK, boomer)”라고 태연히 받아쳤다. 의역하면 ‘네, 다음 꼰대’쯤 된다.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1980~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꽉 막힌 사고를 비꼴 때 쓰인다. 우리나라 버전으론 '라떼는 말이야~'가 있는데 꼰대를 향한 반격은 마치 시대적 현상인 듯하다.무엇이 꼰대를 꼰대로 만드는가. 문제는 꼰대가 내세우는 논리가 아니라 사회적 핵심가치의 이동이다. 아무리 견고한 논리도 그것이 뿌리내린 가치가 힘을 잃으면 철 지난 고집이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패러다임의 흐름을 열심히 따라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넘볼 수 없는 차이, 이른바 초격차로 대표되는 삼성의 태세 전환은 시대 변화를 감지케 한다. 오너경영을 지지하는 논리는 과감한 의사결정과 강한 리더십에 기인한 성장성이다. 하지만 그런 가치만으로는 더이상 사회적 요구를 채우기에 충분치 않아졌다.
이 시점 한국종합기술의 사례를 눈여겨 볼만하다.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종업원 지주사를 두고 있다. 원래 한진중공업그룹 소유였는데 3년전 매물로 나오자 직원들이 직접 회사를 샀다. 850명이 똑같이 투자하고 동일한 비율로 지분을 나눠가졌다.
경험 미숙에서 오는 리더십의 부재와 느린 의사결정이 허들이지만 장점은 분명하다. 우선 의사 합치 과정이 수평적이다. 구조조정 걱정이 없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계열사 지원처럼 불필요한 낭비, 상속을 둘러싼 편법 논란도 없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적자인 이유 중 하나는 그룹시절 한진중공업을 지원하려고 1000억원 규모 사옥 시공을 맡기는 등 무리한 지출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그런 리스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종업원 소유 형태는 오너경영과 구조적 대척점에 서있다. 정반대인 한국종합기술을 보면 역설적으로 재벌 세습이 왜 구시대 유물로 몰리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오너경영을 무작정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족기업에 오히려 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하고 산업의 특성상 오너경영이 유리할 때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의 86%가 총수를 두고 있는 국내 사정을 생각하면 경영권의 세습, 지배구조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때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밀레니얼의 시대를 설득하려면 오너경영도 새 시대의 가치에 기반한 새 논리, 공정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들고와야 한다. ‘라떼’는 이제 철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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