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업 리포트]'홀로서기 3년' 한국종합기술, 정상화 원년되나상장사 첫 '종업원 지주사', 수주량 급증 적자 탈출 눈앞
고진영 기자공개 2020-05-19 09:49:1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8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종합기술은 직원이 '진짜' 주인인 업체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임직원들을 최대주주로 뒀다. 한진중공업그룹이 2017년 한국종합기술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 계기였다. 임직원들은 주머니를 털어 인수자금을 모아 주식을 사들였다. 대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직접 방향키를 잡은 셈이다.홀로서기 3년. 순탄치만은 않다. 대대적인 내부 변화로 흔들리는 환경에 아직 완전히 안착하지 못했다. 인수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차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수주가 크게 늘어난 덕분에 영업손실 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는 추세다. 올해는 경영정상화의 첫해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가파른 수주 증가세…흑자전환 청신호
한국종합기술은 올해 3년만에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시작은 순조롭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1분기에 영업이익 4억8000만원을 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1억2000만원)보다 4배로 늘었다. 수주한 대형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들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적자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미래 실적의 가늠자인 수주잔고의 경우 1분기 기준 4907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3713억원)보다 32.16% 늘었다. 4월까지 쌓은 신규 수주액도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늘었다. 주로 관급 설계 중심으로 일감을 따냈다.
유동성 흐름도 긍정적이다. 2020년 1분기 기준 자산은 전년(2253억원)보다 477억원 증가한 2730억원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유동자산은 전체 49%인 1329억원, 비유동자산은 51%인 1401억원이다. 전년과 1분기와 비교해 유동자산이 51.06% 증가했는데 이는 수주 확대 등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60억원, 기타유동자산이 25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수주액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등도 덩달아 늘었다”며 “전체적으로 영업상황이 좋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과는 달리 실적 호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종업원 지주사'의 굴곡
한국종합기술은 1963년 '국제산업기술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2016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흑자를 유지했다. 공기업으로 출발해 굵직한 국가 기간사업에 참여하면서 실적을 올리고 기술력도 쌓을 수 있었다.
1994년에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고 3년 뒤 한진중공업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외형이 급격히 불어나 1999년 495억 원이었던 매출은 2004년 1000억원, 2010년 2000억원을 돌파했다. 흑자 규모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지만 2016년까지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2017년이다. 한진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알짜 계열사였던 한국종합기술을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에 내놨다. 직원들은 동요했다. 엔지니어링업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새주인을 맞을 경우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임직원 850명은 5000만원씩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이들이 모인 우리사주조합은 특수목적법인(SPC) 한국종합기술홀딩스를 세워 공개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마침내 2017년 12월15일 종업원들은 한국종합기술홀딩스를 통해 지분 52.5%를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국내 상장사 최초로 탄생한 종업원 지주사다. 현재 한국종합기술홀딩스의 지분율은 52.96%다.
그러나 전례가 없던 종업원 지주사인 만큼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다. 지배구조 형성과 의사결정 등에 혼란을 겪다 보니 2017년 77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그간 잠재 부실이 반영된 데다 내부역량을 집결하는 데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2018년과 2019년 영업이익이 적자를 이어갔다.
◇성장동력 확보 '드라이브'…의사결정 구조 개선
다만 지난해 적자는 그동안과 다른 측면이 있다.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제안사업 확대에 쓴 투자비용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종합기술은 2019년 7월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례신사선 민자사업에 도전했다. 시공사로부터 설계비를 받고 참여하는 단순수주 형태가 아니라 직접 투자비를 끌어와 프로젝트 운영까지 주도하는 제안사업 방식이었다. 그러나 결국 사업을 따내는 데 실패하면서 이 비용이 고스란히 원가로 포함됐다.
한국종합기술 측은 이를 어차피 치렀어야 할 수업료로 보고 있다. 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이려면 해외 엔지니어링사들처럼 스스로 주도하는 제안사업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며 "작년의 실패는 한번쯤 거쳐갔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경우 제안사업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경영 의사결정 차원에서의 시행착오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초에는 직원들이 경영난을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 상여금을 반납하기도 했다. 현재 의사결정 구조 등을 더욱 효율화 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 구성도 계획 중이다.
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힘든 고비는 이제 거의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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