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현대차그룹, '일본차 텃밭' 인도네시아 공략 '잰걸음'현대트랜시스·오토에버, 현지 법인 설립 추진…동남아 시장 '정조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6-08 08:39:53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16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잇달아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현지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반 진입하기 위한 조치다.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다른 기업과의 거래도 성사시켜 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동남아는 일본차가 확고하게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베트남에서 일본차를 앞지르며 견고했던 기존의 시장 구도를 깨뜨리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입지를 더 확대할지 주목된다.
◇현대트랜시스·오토에버,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추진
현대트랜시스는 올해 4월28일 여수동 사장, 백성호 P/T생산본부장, 이상흔 재경본부장(CFO),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사외이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올해 3분기 계열사와의 상품·용역 거래, 계열금융회사와 약관에 의한 금융거래 등의 안건을 다뤘고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만드는 것은 확정된 것은 아니고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가 이사회를 연 다음 날인 4월29일에 그룹 상장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도 이사회를 개최했다. 사내이사인 오일석 대표, 송재민 재경실장(CFO), 윤학규 기획실장이 참석했다. 기타비상무이사인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기타비상무이사)과 사외이사인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임정욱 티비티 대표이사, 김휘강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부교수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오토에버 이사회는 아태법인 설립을 승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태법인은 인도네시아에 만든다. 현대오토에버는 미국, 중국, 인도, 독일, 멕시코, 브라질 등에 법인이 있는데, 동남아에 법인을 만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법인 설립이 예정된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은 확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준비 중인 상황으로 언택트 서비스 등의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오토에버의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추진은 현대차의 현지 진출과 맞물린 행보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여 걸친 면밀한 시장 조사 등을 거쳐 공장 설립을 최종 확정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면담한 뒤 투자가 급물살을 탔다.
현지 공장 건설이 진행되면서 계열사들의 동반 진출이 본격화된 셈이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현대차를 조력하는 업무를 더 수월히 하고, 다른 기업과의 거래를 트는 등 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옛 현대다이모스로 변속기 및 시트를 만든다. 2019년 현대파워텍을 합병하면서 변속기 전(全) 라인업을 갖춘 부품사다. 현대오토에버는 IT시스템 운영과 시스템 설계와 개발 등을 하는 계열사다.
◇동남아, 일본기업 텃밭…'역전의 명수' 현대차, 입지 확대 사활
동남아 주요국의 자동차 연간 판매량은 2017년 약 316만대에서 2026년에는 약 449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7300만여명으로 세계 4위이며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판매량이 가장 많다.
다만 동남아 시장은 일본 완성차업체의 텃밭으로 불린다.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차가 시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다. 도요타가 1위이고 그다음으로는 다이하츠, 혼다, 미쓰비시, 스즈키, 이스즈 등이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입지 확대를 위해 일본차라는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하는 셈이다. 일본차의 위상이 견고하기는 하지만, 현대차는 조금씩 그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베트남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트남 탄콩그룹의 합작사인 현대탄콩은 올 1분기 1만3824대의 승용차를 판매하며 1만3748대에 그친 도요타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판매 1위에 올랐다. 베트남 진출 13년만에 현지에서 '극일'을 이뤘다.
베트남에서의 성공 경험에다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 정계와 재계에서는 시장은 장악하면서 기술 이전과 현지 산업 발전 등에는 소극적인 일본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고, 새로운 파트너로 한국의 손을 잡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가 중심에 서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상호 협력 방안에 논의한 뒤 현지 투자가 급물살을 탔다. 이어 작년 8월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제조 및 판매를 하는 법인(HMMI·PT. Hyundai Motor Manufacturing Indonesia)을 설립했다. 이 시기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경제분쟁이 본격화되던 때다.
그 후 지난해 11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최종 타결했다. 같은 달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방한했고, 현대차 울산 공장도 직접 방문했다. 정 부회장과 만나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밀월' 수준의 관계를 보였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도 인도네시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 HMMI에 116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또 같은 시기 HMID(Hyundai Motors Indonesia)를 신설했다. 올해 2월 최초 출자로 1000만달러(118억원)을 투입해 지분율 99.99%를 확보했다. 여기에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계열사들이 현지 법인을 만들고 사업에 나서면 투자액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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