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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김기용 AIP운용 대표 [부동산 운용사 열전]③시행사·건설사·IB 두루섭렵 부동산 '베테랑'...끊임없는 시장 개척 '목표'

김수정 기자공개 2020-06-09 13:17:23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0: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용 AIP자산운용 대표(사진)는 20년 가까이 부동산 업계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 안착하기 앞서 시행사와 건설사, 그리고 투자은행(IB)까지 두루 거치면서 부동산 산업의 면면을 경험했다. 시장 내 포지션을 바꿔가며 쌓아온 경험은 현재 그가 부동산 매니저로서 갖춘 딜 소싱 안목과 추진력을 낳은 밑거름이다.

작년 한 해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보냈을 정도로 남다른 열정의 소유자다. 가보지 않은 곳에서 전해지는 낯선 공기 자체를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질은 AIP가 북유럽과 동유럽 곳곳을 누구보다 앞서 개척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도 국내 투자자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가치 있는 자산을 발굴하는 게 그의 목표다.

◇초고급 아파트 개발·이지스운용 설립 조력 등 '팔색조' 경력

김기용 대표는 성인이 된 직후 10년 넘게 외국에서 생활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배제고등학교를 나와 1991년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에 입학했다. 여기서 경제학 학사를 받은 뒤 1998년 경제학 석사까지 받았다.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에서 파견하는 협력요원으로서 2002년까지 32개월 간 군 대체복무를 했다. 대체복무 당시 중국 북경대사관 소속 산동성 청도대학교에서 외국인 교수로 활동하면서 한국어와 경제학을 영어와 한국어로 강의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부동산 개발 시행부터 해외 건설 사업, 부동산 금융, 그리고 부동산 투자·운용까지 부동산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을 두루 거쳤다. 첫 직장은 부동산 디벨로퍼다. 대체복무 당시 맺었던 인연으로 국내 중견 시행사 경원에 입사하면서 부동산 산업에 발을 들였다. 경원은 지금까지 명맥을 잇지는 못했으나 재벌 총수들이 다수 거주하는 청담·도곡동 최고급 아파트 '이니그마빌'과 2007년 오피스텔 평당 가격 최고가를 기록한 '피엔폴루스'를 개발한 곳이다.

경원에서 3년여 간 자금 담당 업무를 하던 그는 2005년 신창건설 해외사업개발실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 한동안 건설사에 몸 담게 된다. 신창건설에서는 미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 세계 각지에서 공동주택 개발, 부동산 투자 등 업무를 했다. 그러던 2008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게 인연이 돼 현대차증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증권사 IB로 적을 옮기면서 그의 커리어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차증권 시절 김 대표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김 대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전신인 PS자산운용 설립 당시 이 회사에 대한 현대차증권의 출자 실무를 전담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창업주인 고(故) 김대영 의장은 당시 싱가포르 금융그룹 퍼시픽스타와 손잡고 2010년 PS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당시 출자 요청을 받은 현대차증권은 검토 후 당시 총 자본금 25억원 중 9.9%인 2억4700만원을 출자했다.

이후 현대차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은 다양한 딜에서 손잡았다. 김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 꼽는 건 이지스자산운용의 첫 외국계 셀러 경험인 홈플러스 포트폴리오 딜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2년 홈플러스로부터 국내 4개 지점 건물을 총합 약 6300억원에 사들였다. 이 딜은 이지스자산운용 AUM이 단번에 1조원을 뛰어넘는 계기가 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3800억원을 대출 받고 나머지를 에쿼티로 조달했다. 전체 에쿼티 중 약 1000억원을 현대차증권이 인수해 셀다운했다.

김 대표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에 주주로 참여하면서 다양하게 협업까지 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이지스자산운용 파트너로서 미국 GERE 오피스 매입, 서울 서대문 '임광타워' 매입, 신림 '포도몰' 매입, 경기도 성남 '분당스퀘어' 매입 등 프로젝트의 금융주관을 맡아 했다.

◇부동산금융 최고 실력자 등극...파크원 PF 주역, 운용사 대표 '변신'

다양한 부동산 금융 주관 경험을 쌓던 김 대표는 2012년 NH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동산과 관련한 금융 업무에서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다. NH투자증권 IB본부 부동산금융1부에서 5년여 간 활약하는 동안 그가 진행한 딜 규모만 총합 5조원을 넘는다.

롯데마트 포트폴리오 딜은 그가 NH투자증권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성공적으로 회수까지 완료된 대표 사례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 합병 직후인 2015년 유경PSG자산운용과 함께 롯데마트 용인 수지, 서울 도봉, 부산 사상, 전북 익산 등 4개 지점 점포를 4300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말 롯데쇼핑은 이 자산들을 우선매수권을 통해 다시 인수해 갔다. 이 과정에 발생한 매각 차익만 해도 상당한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 딜도 색다른 도전이자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은 2016년 하나금융투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과 함께 해당 자산을 95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투자기관의 첫 폴란드 부동산 투자다. 만기는 아직 안 됐지만 연간 배당수익률만 10%에 달하는 알짜 투자자산으로 수익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대표의 간판급 프로젝트는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선매입 부동산펀드 금융주관이다. 파크원 프로젝트는 총 2조1000억원 규모 초대형 규모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딜이다.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 실무 책임자였다.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김 대표는 2017년 NH금융지주 선정 금융인상(농협중앙회장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가 변화를 모색하던 AIP자산운용의 눈에 든 것도 이 때다. 합류를 제안 받은 그는 고민 끝에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AIP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성공한 에쿼티 딜은 런던 '캐논브릿지하우스'(Canon Bridge House)다. 캐논브릿지하우스는 프랑스 최대 IB 중 하나인 나티식스와 영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딜리버루 등이 임차인으로 있는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듬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당 자산을 40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딜은 AIP자산운용은 물론 출자자들 입장에서도 첫 영국 부동산 에쿼티 투자 사례다.

김 대표는 캐논브릿지하우스 투자를 40여일 만에 매듭지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런던 본사까지 사들였다. 이는 그가 유럽 시장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급속도로 넓힐 수 있었다. 이후 북유럽으로 진출해 CBRE가 주관하는 코펜하겐 노보노디스크 본사 사옥과 핀란드 헬싱키 OP파이낸셜 그룹 본사 사옥 등을 잇따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가 AIP자산운용에 합류한 이후 AUM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년 앞자리를 갈아 치웠다. 2017년 말 1조4412억원이던 누적 AUM은 이듬해 2조8284억원으로, 그리고 지난해 3조528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빠르게 외형을 키운 비결은 김 대표가 수년간 IB업계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에 있다. 이전까지 공제회 등에 한정됐던 수익자 풀이 대형 IB로 중심으로 확대 재편됐고 그 결과 AUM을 단기간 확대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부동산 금융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공하는 곳으로, 펀드에 자금을 넣는 출자자(LP)에서 펀드를 조성하는 운용사로 이동하는 동안 왜 한 가지를 꾸준히 못 했을까 생각도 해봤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경험들이 하나도 빠짐 없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더붙였다.


◇도전정신 무장, 타고난 '여행가'..."안 가본 곳, 코어자산 찾고 싶다"

AIP자산운용에서 김 대표는 전략적으로 코어와 코어 플러스 모두 취하고 있다. 신용등급 높은 기관이 장기간 임차하는 오피스가 현재 주요 타깃이다. 당초 AIP자산운용의 목적 자산은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가의 정부 임차 건물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한정해 자산을 찾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정부기관에 준하는 우량 기관의 장기 임차 건물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김 대표는 "프라임 급이어도 좋지만 임차인 크레딧으로 캐시 플로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로케이션이 좀 떨어져도 된다"고 말했다.

금융은 돈을 잃지 않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부동산 운용사 대표로서 그가 가진 지론이다. 너무 공격적인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볼 때 가장 적정한 수익률은 연 5% 수준이다. 김 대표는 "남들이 벌 때 같이 벌고 남이 잃을 땐 안 잃으면 나중에 돌아볼 때 잘 한 투자가 된다"며 "수익자들에게 권하기 위해 내가 만드는 상품들을 항상 이런 관점에서 본다"고 설명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리테일이나 호텔보단 오피스를 선호해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현지 금융기관 대출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필수적으로 점검한다. 외국인보다는 현지 금융기관이 적정 자산가치를 더 잘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담보비율 등 가이드라인이 있는 만큼 여러 은행에서 특정 자산에 대한 대출 의뢰를 맡겨보면 적정 밸류에이션의 윤곽이 상당히 드러난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김 대표가 20여년 간 부동산 외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도전적인 면모, 개척자 정신에 있다. 새로운 곳, 가보지 않은 지역에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뛴다고 그는 말한다. 김 대표 본인은 이를 두고 '역마살'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각 국가별로 공항 출입구를 나섰을 때 느껴지는 공기가 모두 다른데 이런 걸 경험하는 게 좋다"며 "그런 게 좋으니까 실사 다니는 게 피곤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국내 투자자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에서 코어 자산을 찾는 것을 AIP자산운용의 특기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벨기에나 덴마크, 핀란드, 슬로바키아 등 국가에 국내 투자기관 최초로 진출한 레코드에 대해 그가 가진 자부심은 상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투자에 있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은 북유럽과 동유럽이다. 김 대표는 "지명도나 운용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동유럽과 북유럽에서 우리가 향후 3년 간 바운더리를 더 넓힐 수 있다고 본다"며 "이쪽이 우리 메인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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