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블라인드펀드 '라이징 스타' 선봉장 임현성 SG PE 대표창립멤버로 동고동락…세대교체 안착 시험대
조세훈 기자공개 2020-06-09 10:24:0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몰 자이언트'. 토종 사모펀드(PEF)운용사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를 일컫는 말이다. 강소기업 발굴과 기업의 재무 주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얻은 닉네임이다. 설립 7년 차인 지난해 블라인드 펀드 출자 사업에서 일약 라이징스타로 떠오르며 자타공인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SG PE가 단기간 내에 독보적 색채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임현성 SG PE 각자대표의 역할이 크다. 이공계 출신인 임 대표는 대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IB(투자은행) 업계로 진출한 케이스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마에스트로' 역할을 맡으며 JW그룹과 코스모그룹이 위기를 극복하고 탄탄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내부적으로는 SG PE 내 세대교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최창해, 김진호 대표로 상징되는 1세대의 바톤터치를 받아 차세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성장스토리 : VC서 투자 매력 눈떠…PE로 발전 '일신우일신'
임 대표는 1999년 SK네트웍스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연세대 컴퓨터공학부 94학번인 그는 전공을 살리기보다 상사 해외 주재원을 목표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뎠다. 맡은 업무는 이비즈니스(e-Business) 전략 업무였다. 업무를 하면서 유통과 숫자에 관심을 갖게 돼 이비즈니스 전문가를 꿈꿨다.
더 큰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이듬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그룹이 시행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지원, 국내 1호 선발자가 됐다. GE는 디지털과 이비즈니스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년 동안 4개의 산업 영역에서 6개월씩 순환 근무를 하는 학습 과정으로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GE가 운영하는 학습 기관의 10개 코스도 이수해야 한다. 그는 이곳에서 미국, 네덜란드, 호주, 태국, 싱가폴 등을 다니며 국제적 시야와 산업 전반의 전문성을 키웠다. 2년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GE캐피탈 매니저로 근무했다.
한국으로 발령받은 그는 변화된 세상에 큰 감명을 받았다. 벤처 붐이 불면서 이비지니스 기업들이 속속 '공룡'으로 커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특히 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네이버, 다음 등이 짧은 시간내에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유망한 기업의 성장을 돕고 싶다고 생각해 벤처캐피탈(VC)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IB 경험이 없어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4년 SK네트웍스 동료들과 '포트만파트너스'라는 이름의 벤처인큐베이팅 회사를 직접 설립해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1년 3개월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 후 해산했다.
한 차례 실패의 쓴맛을 본 임 대표는 2006년 로고스시스템의 전략사업팀 팀장으로 합류했다. KTB네트웍스 출신 중역으로 구성된 로고스시스템은 당시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추구했다. 인수합병(M&A) 경험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합류한 것이다. 로고스시스템은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과 금융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재무사정이 악화돼 그의 주 업무는 '구조조정'에 그쳤다. 재무관리의 중요성과 안정적 투자가 '관건'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시기였다. 투자 전문성을 쌓기 위해 KDI 투자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구조조정과 학업을 마친 그는 2007년 KT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PE본부는 투자의 안정성과 전문화를 위해 산업계 인사를 뽑고 있었다. IB에 진출하려는 임 대표의 뜻과 맞물리면서 PE업무를 본격 시작하게 됐다. 그는 해외 전문성을 인정받아 KTB투자증권의 태국증권사 인수 프로젝트에 1년반 가량 투입됐다. KTB는 2008년 자회사인 KTB자산운용과 함께 약 203억원을 투자해 파이스트시큐리티스(FES)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이 증권사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으며 현재 태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09년에는 독립계 PE 운용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VC였던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PEF 부문을 신설하면서 KTB증권 출신 최창해·김진호 대표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SK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5명의 운용 인력이 통째로 회사를 그만두고 SG PE를 설립했다. 임 대표는 "신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각자 출자해서 하우스를 설립했다"고 회상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이해관계자의 '하모니' 중시...중재자 역할 자임
오케스트라는 각자의 개성을 조화롭게 묶어내는 게 핵심이다. 마에스트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임 대표가 생각하는 PEF 투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주, 경영진, 임직원의 관계에 있어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이해관계일치 구조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협업해야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투자 구조화 단계부터 갈등의 요소를 막는 데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해관계자 조율'이 불가능하면 아무리 매력적인 자산이라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과도한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임 대표는 강조한다. 하방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업사이드는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엑시트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을 구조적으로 막는데 주력했고, 이러한 투자 스타일 덕분에 엑시트한 투자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작업은 '책상머리'를 철저히 배척한다. 그는 투자 철학에 대해 'Hands-on Expertise'라는 말로 갈음했다. 실전에서 얻은 전문적 지식 투자를 뜻하는 말로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현장에서 지혜를 얻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현장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Co-GP(공동운용사)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올해 엑시트한 아이티센과 그녀의정원드라마 산후조리원은 각각 LX인베스트먼트와 플루터스에쿼티파너스와 함께 투자했다.
◇트랙레코드 1: JW생명과학 살려낸 '윈윈' 투자
JW생명과학은 국내 1위 영양수액 제조사로 탄탄한 경쟁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다만 예상됐던 해외 수출 길이 열리지 않고 높은 부채율과 지속적인 제품 개발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기 위해 2013년 재무적투자자(FI) 유치에 나섰다.
당시 PEF 시장에서 수액 제조 사업은 바이오 투자 경험이 없다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임 대표는 다소 생소하지만 수액 제조사의 탄탄한 매출과 성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SG PE는 SK증권과 손잡고 910억원에 지분 70%를 인수했다. 재무적 숨통이 트인 JW생명과학은 기초수액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2013년 88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5년 12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3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으로 8배나 증가했다.
투자 구조는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려는 임 대표의 색채가 짙게 뭍어있다. 지주회사인 JW홀딩스는 두 GP의 보유 지분 70% 가운데 20%+1주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를 행사하면 JW홀딩스는 50%+1주 지분을 획득해 경영권을 찾아올 수 있다. 나머지는 IPO를 통해 FI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양측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접합점을 마련한 것이다.
매출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된 2015년 JW홀딩스는 콜옵션을 행사해 JW생명과학 경영권을 되찾아 왔고, 두 GP는 프리IPO 단계에서 기관투자자에게 7.2%의 지분을 매각하고, 2016년 상장 때 구주매출 및 블록딜 매각으로 엑시트 했다. 그 결과 투자 4년 만에 원금(835억)의 두 배에 육박하는 1504억원을 벌었다. IRR은 약 21%에 달한다. 이 투자로 강소기업을 발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SG PE의 투자 색채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트랙레코드 2: '스몰 자이언트'로 거듭난 코스모그룹 투자
JW그룹의 재무주치의 역할을 한 SG PE는 코스모그룹 투자를 통해 '스몰 자이언트'로 거듭났다. 당시 본부장이었던 임 대표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코스모그룹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색채가 비슷한 케이스톤파트너스와 함께 재기지원 기업재무안정 PEF를 통해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앤컴퍼니에 투자했다.
'Hands-on Expertise'의 철학에 맞게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우선 코스모화학의 인천 공장 부지와 본사 사옥, 계열사 마루망코리아 지분 등을 처분해 차입금을 줄이고 부실 사업부를 정리했다. 대신 주력사업인 2차전지 양극활물질 및 이형필름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에 집중했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 코스모화학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은 2016년 2865억원에서 2018년 6781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140억원 영업적자에서 60억원 흑자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해외 가전 총판업체인 코스모앤컴퍼니는 임 대표에게 각별한 투자기업이다. 젊은 시절 이비즈니스 및 유통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코스모앤컴퍼니를 다각도로 분석했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다이슨을 독점 유통하고 있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분석은 적중했다. 다이슨 제품 판매가 늘면서 2016년 125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이 되살아나자 두 PEF는 원주인이던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에게 재매각했다.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앤컴퍼니에 총 770억원을 투자한 원금은 4년 후 매각 대금 1376억원으로 돌아왔다.
◇업계 평가: 이해관계자 조율 능숙 투자계 '마에스트로'
임 대표는 '조화'를 추구하는 운용인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협업의 파트너로 대한다.
그를 오래 지켜봐 온 사람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 김충원 LX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임 대표는 이해 관계자 조율에 강하고 회사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계약과 PMI에도 능숙하다"며 "회사가 자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서는 업계 최고"라고 평가한다. 김 대표는 SK증권 시절 JW생명과학 딜부터 최근 엑시트한 아이티센 투자건까지 8년간 임 대표와 코지피로 협업해왔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철두철미함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박봉섭 케이스톤 부대표는 "특정 인더스트리에 대한 딜 검토를 할 때 사업 분석의 시각이 굉장히 깊어 깜짝 놀란 경험이 많다"며 "다양한 시각에서 리스크 요소를 체크하고 투자 검토를 하는 뛰어난 전문가"라고 말했다. GE 리더십 프로그램 당시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경험한 것이 강점으로 나타난다는 평가다.
내부적으로는 높은 신망을 얻고 있다. 김양우 SG PE 본부장은 "겸손하고 조직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인력을 육성하고 동료들에 대한 배려심도 깊다"고 말했다. 임 대표를 오랜기간 지켜봐온 최창해 대표 역시 "역량이 뛰어나 내부적으로도 두루 신망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점 때문에 1.5세대를 대표해 각자 대표에 올랐으며 현재 내부 조직 정비와 차세대 육성 업무를 맡고 있다.
◇향후 계획: 안정적 투자 컨셉 지속...차세대 육성 주력
SG PE는 최근 세대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KTB 출신이 의기투합해 8년 만에 PEF 시장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는 성과를 냈지만 최창해·김진호 대표의 일선 후퇴가 멀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60세 이전 대표이사 사임을 관례화했기 때문이다.
세대교체 작업은 임 대표가 맡고 있다. 현재 5본부 체제로 구성된 조직은 각각 3명씩 운용인력을 배치하고, 팀장급 인력에 보다 큰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2호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부터 3호 펀드의 '밸류업' 작업을 이들이 주도하고, 본부장 급은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운용인력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룬다는 목표다.
아직 각 본부마다 인력이 부족한만큼 단기적으로 우수 운용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다음 펀드 핵심운용인력을 만들어내는 인력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확실한 세대교체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
5000억 규모의 3호 블라인드 펀드 투자도 착실히 수행할 계획이다. 재무구조 개선에 강점을 지닌 기존 투자 전략에 바이아웃과 성장기업(그로쓰)의 색채까치 확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투자는 철저히 목표 수익률 달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본인 색채와 철학을 드러내는 투자자 모습보다 출자기관의 투자금을 관리하는 '에이전트'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임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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