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초대받은 KB증권, 달라진 ECM 위상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 후 역량 강화…내친김에 'IPO 빅5'로 재편?
양정우 기자공개 2020-06-15 14:00:5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주관사 후보군이 압축되면서 KB증권이 달라진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조 단위 빅딜에 뛰어드는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수령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터줏대감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SKIET가 주관사 경쟁에 나설 자격을 부여한 증권사는 5곳뿐이다. '빅3' 대형사, 삼성증권과 함께 KB증권도 이름을 올렸다. 그간 KB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선두이지만 주식자본시장(ECM)에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수년 간 역량 강화에 집중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빅딜 IPO 주관, 국내 대형 증권사 텃밭…KB증권, 진입장벽 넘어 경쟁 가세
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과 함께SKIET의 주관사 RFP를 수령했다. IPO 시장에서 대기업 빅딜을 전담해온 하우스와 함께 상장 파트너 자리를 다투는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조 단위 빅딜의 경우 대형 증권사가 주관 업무를 휩쓸고 있다. 아예 RFP를 대형사만 수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상장 밸류가 최대 5조원 수준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당초 국내 증권사 가운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2곳에만 RFP를 건냈다. 한 해를 대표할 랜드마크 딜에선 RFP를 받는 것 자체가 IB 파트의 평판에 영향을 주고 있다.
SKIET 역시 3조~5조원 수준의 상장 밸류가 예고된 초대형 딜이다. SK그룹이 잔뜩 힘을 실어온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이다. 이 계열사가 상장을 앞두고 추린 IPO 하우스 5곳에 KB증권이 포함됐다. KB증권은 그간 ECM 사업의 선두권 진입에 사력을 다해온 터라 내심 고무된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상장주관사로 뽑힌 게 아니고 RFP를 받은 단계여서 차분히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오랜 기간 대형 증권사가 구축한 진입 장벽을 넘어선 성과"라고 말했다.
SKIET는 상장 밸류와 공모 규모에 맞춰 복수의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IB를 주관사로 선정할 계획이다. 만일 KB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수임할 경우 통합 KB증권으로 거듭난 이래 가장 큰 IPO를 이끌 전망이다.
◇합병 3년차, 지난해 ECM 주관 3위…'딜 소싱+딜 클로징' 강화 착착
지난해 KB증권은 합병 3년차에 고대해온 ECM 선두권에 진입했다. 총 4994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으면서 전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DCM에선 최강자의 입지를 다진 터라 ECM의 역량을 키우는 게 급선무로 꼽혀왔다.
IPO 하우스의 경쟁력은 크게 '딜 소싱(주관 수임)'과 '딜 클로징(공모 결과)' 두 가지로 요약된다. 딜 클로징 측면에선 꾸준히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아이티엠반도체(공모 규모 1313억원) IPO의 경우 공모 청약에서 흥행한 건 물론 현재 주가까지 치솟아 모든 투자자가 '윈윈'의 과실을 얻었다. 다만 딜 소싱에선 대기업보다 중소형 업체가 많아 대형 증권사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SKIET의 IPO를 통해 딜 소싱에서도 경쟁 여건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입증했다. 이미 카카오페이지와 호반건설, SK매직 등 대어급 IPO에서도 주관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요 그룹사(미래에셋금융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T그룹)의 계열사 딜을 수행한 것도 확대된 영업 전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증권의 ECM 파트가 입지를 강화한 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다.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도 곧장 대기업 IPO를 따내는 건 불가능했다. 기존 강자가 쌓은 진입 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내세울 만한 트랙레코드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수년 뒤 거둘 결실을 기대하며 전사적으로 영업에 매달려 왔다.
시장 관계자는 "KB증권이 SKIET의 상장 주관사단에 합류하면 빅딜 트랙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다"며 "IPO 경쟁력이 한층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IPO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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