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방을 사려고 아웃렛에 갔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했지만 두 번이나 빈손으로 매장 문을 나섰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다른 것을 찾아봤지만 처음 본 제품이 눈에 아른거렸고 어느새 그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같은 제품 앞에서 서성이는데 판매하시는 분의 "이거 60%나 세일하고 있어요!"라는 한마디에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좋은 제품을 가격표에 적힌 금액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할인율을 제공해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은 자본시장에서도 흔히 활용된다. 기업공개(IPO)가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의 대가로 투자자에게 적정 가치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판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만큼 다른 업종 대비 높은 할인율을 제공한다.
그러나 유독 코넥스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도 몸값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다. 코넥스에서 이뤄진 시장 평가가 '덫'이 되는 것 같다. IPO 밸류에이션에는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반면 코넥스에서는 시가 평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통주식수가 적고 이마저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이 일차적인 이유다. 창업 초기 단계거나 업력은 길어도 R&D 일정에 변수가 발생하는 탓에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 IPO를 진행한 젠큐릭스의 최종 공모가(2만2700원)는 코넥스 거래가(2만1800원)보다 비쌌다. 시장에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황에서 공모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요가 부족한 탓에 공모 물량을 20%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격 형성 기능이 미흡하다 해서 코넥스에 들르지 않고 코스닥에 바로 상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타인 자본을 활용하는 바이오 기업 특성상 투자자의 원활한 엑시트를 돕는 것도 의무다. IPO 전에 상장 문턱이 비교적 낮은 코넥스로 향하는 배경이다.
코넥스를 활용해서 얻는 이점도 분명하다. 기업가치를 검증 받을 수 있고 상장사 지위 덕분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비교적 수월해진다. 유상증자, 메자닌 등 자본시장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가능하다.
바이오 기업이 코넥스에서 적정한 가치를 평가 받고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이전상장하는 사례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 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에 입성하길 잘했다'는 경험의 축적이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최근 들어 코넥스 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이전, 제품의 상용화 등의 성과를 내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비용 지원 등 코넥스의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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