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2000억 유증에도 신용도 내리막 [Credit & Equity]기업구조조정 수익성 불확실…1년 이내 강등 가능성
이경주 기자공개 2020-07-07 14:44:3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6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2000억원 이르는 유상증자 결정에도 신용등급(AA0)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3대신용평가사 모두 유암코의 유증 결정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조정했다.5년 전 시작한 기업구조조정 사업 탓이다.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했지만 자금 회수가 불규칙적인데다 장기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파장 여파로 올해는 수백억원대 적자도 났다. 크레딧업계에선 자본확충 카드는 거의 소진했기 때문에 1년 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이 없을 경우 등급강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신평, 안정적→부정적…한기평·한신평 부정적 유지
3대신용평가사는 올 6월말까지 진행한 정기평가에서 연합자산관리 신용등급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평정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기존 아웃룩(부정적)을 유지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대규모 유증 계획을 사전에 신평사들과 공유했지만 신용도 하향세를 막지 못했다. 유암코는 올 6월 19일 이사회를 통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8곳 주주은행은 오는 7월 28일 지분율에 따라 증자대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작년만 해도 유증은 현 신용등급 방어 여부를 결정할 핵심요인으로 지목됐었다. 작년 말 한기평은 유암코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는데, 자본확충(유증)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다른 요인은 기업구조조정 관련 투자자산 증가에 따른 수익 변동성 확대였다.
유증은 2018년부터 추진된 건이다. 기업구조조정 관련 투자확대로 레버리지배율이 과도해져 신용등급 방어가 어려워지자 유암코가 주주은행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캐피탈 콜'이라는 형태로 약 2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이듬해(2019년)에도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자 대주주 지원의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한기평이 아웃룩 조정을 단행했다.
때문에 올해라도 유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유암코 아웃룩이 '안정적'으로 복귀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유암코 역시 올 초 더벨과 통화에서 “유증이 이뤄지면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는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기업구조조정 우려 더 커졌다…코로나19로 500억 손실
하지만 신평사들 평정은 예상을 깼다. 기업구조조정 사업에 대한 우려가 2000억원 수준 자본확충으로는 상쇄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기평은 올 정기평가에서 등급하향 트리거로 △기업구조조정 투자자산 증가에 따른 수익 변동성 지속
△레버리지배율 5배 초과 상태 지속 등으로 설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레버리지배율은 4배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부정적' 아웃룩을 유지했다.
유암코는 본래 부실채권(NPL) 투자가 주력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기관 부실채권 처리가 필요해지자 2009년 공공은행과 시중은행 공동출자로 설립됐다. 현재 NPL 시장 50%를 점유하는 주도적 사업자다.
기업구조조정업무는 신사업이다. 2015년 부문 신설 후 2016년 상반기부터 관련투자를 시작했다. 기업구조정PEF(사모펀드)를 통해 부실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되팔아 자금회수(엑시트)를 한다. 현재 22개 경영참여형 PEF를 통해 4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기업구조조정 관련 투자자산 잔액은 1조2651억원에 이른다. 전체 투자자산(3조7871억원)의 33%를 차지한다. 사업개시 4년만에 투자규모가 1조원대로 불어나면서 레버리지배율(총자산/자기자본)이 급등했다. 2015년말 4배에서 지난해 등급하향 트리거(5배)를 초과하는 5.2배가 됐다. 신평사들이 등급방어를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한 배경이다.
이달 마침내 자본확충은 이뤄지지만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을 방어하기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문제였던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유암코는 기업구조조정사업 진출에도 오히려 수익성이 지속 악화됐다. 2016년 1175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7년 801억원, 2018년 34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442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높아졌다.
기업구조조정 사업 자금회수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동안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손실을 나기도 한다. 한기평은 보고서에서 “NPL과 기업구조조정업무는 부실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회수방법과 회수시기, 회수속도엔 큰 차이가 있다”며 “기업구조조정업무는 투자기업 정상화가 필요해 수익실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회수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 중단기 수익안정성에 부정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당장 투자한 기업 자산가치가 떨어져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유암코는 올 1분기 영업손실 506억원을 기록했는데 STX엔진과 페이퍼코리아 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결과다.
더불어 올해 실물경제 침체로 부실기업이 다수 나올 것으로 전망돼 기업구조조정 사업 투자액은 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개선은 요원하고 재무부담만 커지는 국면이 될 수 있다.
◇유증 한도 1900억 남아…내년 등급강등 가능성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1년 내로 유암코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본확충 카드는 거의 소진했다. 유암코가 주주은행들과 약정한 '캐피탈 콜' 한도는 1조원이다. 이번 유증으로 한도는 1925억원으로 축소됐다. 잔여 한도가 크지 않은데다 주주은행들이 추가 출자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증 결정에도 부정적 아웃룩이 유지됐듯이, 비슷한 수준 자본확충으로는 신용도 하락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기업구조조정 사업 수익성 회복이 관건인데 코로나19로 불투명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