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애물단지서 복덩이로]'효자'된 한라 세라지오CC1분기 당기순이익 30억, 한라 종속사 중 최고…퍼블릭 전환 효과 톡톡
고진영 기자공개 2020-07-17 13:26:45
[편집자주]
골프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퍼블릭과 회원제 불문 '풀 부킹'이 된지 오래다. 과거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퇴출 1호로 몰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애물단지 신세를 벗었다. 영업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회원권 시세는 수직상승했고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차입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장은 서서히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와 온화한 기상여건에 더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변수도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만들고 있다. 더벨이 변화무쌍한 골프장 현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5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라지오CC는 한라의 오랜 골칫덩이였다. 애초부터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은 사업장인 데다 수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한라에 재무 부담을 안겼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위상이 꽤 달라질 전망이다.지난해부터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을 준비해왔는데 이 결정이 예상치 못한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이른바 ‘코로나 특수’로 퍼블릭 골프장들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세라지오CC 역시 부킹난에 시달릴 정도로 필드가 꽉 찼다.
레저업계에 따르면 요즘 들어 세라지오CC는 3월 회원제 방식에서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코로나 탓에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된 레저 수요층이 골프장에 몰리면서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도 연일 풀부킹이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 실적 역시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실제 세라지오CC를 운영하는 한라세라지오는 올 1분기에 이미 3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한라가 거느린 종속기업 8개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며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해만 해도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몰라보게 사정이 좋아진 셈이다. 퍼블릭 전환 시점이 3월 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다.
방문객이 늘었을 뿐 아니라 세율 측면에서도 수익 증대에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골프장 사업자는 취득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의 부담의무를 지는데 세라지오CC는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재산세가 기존 4%대에서 0.2~0.4%로 대폭 낮아진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입장객 1명당 2만1120원이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도 퍼블릭 골프장은 물지 않는다.
한라로서는 고생끝에 낙이 온 것과 다름없다. 세라지오CC는 당초 한라가 매입을 계획했던 사업장이 아니었다. 2011년 사업승인을 받았는데 당시 시행사는 따로 있었고 한라는 시공만 맡아서 64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을 섰다.
하지만 시행사가 운영 적자에 허덕이면서 채무부담이 한라에 전가됐다. 결국 한라가 세라지오CC를 사들여 제3자 매각을 추진했지만 골프장 업계 불황으로 원매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2013년 7월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로도 수익성 개선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적자 탈출을 위헤 2014년 무기명 회원권을 분양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2014년 23억 7000만원, 2015년 50억원, 2016년 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다만 2017년 순손실 규모가 4억원 정도로 축소됐고 이듬해는 광고비용 효율화, 인건비 축소 등으로 1억5000만원가량의 순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다 2019년에는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한라세라지오가 5년간 낸 순손실은 118억원 정도다.
그동안 한라가 한라세라지오에 투입한 금액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존 자본금 246억원을 제외하고 작년 12월 유상증자 방식으로 170억원 규모를 지원했고 올해 2월 입회보증금 반납을 돕기 위해 158억원을 빌려줬다. 대여기간은 2021년 2월 4일까지다.
세라지오CC는 지난해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 결정을 내리고 관련 절차를 진행해왔다. 올해 초까지 총 968억원 정도의 입회보증금 반환을 마쳤다. 입회보증금이란 골프장이 회원권을 분양할 때 회원들이 보증금 형태로 예치하는 돈을 말한다. 통상 5년의 거치기간을 끝내면 회원이 요구할 때 돌려줘야 한다.
한라세라지오는 입회보증금 가운데 780억 가량을 담보대출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보유현금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갚았다. 앞으로 잉여현금이 쌓이면 담보대출을 상환하면서 금융비용을 줄여 이익구조를 더 개선해갈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한라는 비건설부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계열사 수익성을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세라지오CC는 퍼블릭 전환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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