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쿠팡]아마존 모델 차용…'쿠팡식 생태계' 완성할까②사업모델부터 기업문화까지 '닮은꼴'…격변기 국내 시장서 승기 잡을까
전효점 기자공개 2020-08-05 08:07:01
[편집자주]
단일 플랫폼 기준 이커머스 1위 쿠팡은 대형 유통사들까지도 제치며 유통시장 강자 입지를 구축했다. 유통의 한 축이던 이커머스만으로 대형 유통사만큼의 매출을 다지며 확실한 고객기반을 마련했다. 쿠팡은 이제 다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쌓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신사업으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다. 새로운 진화를 계획하는 쿠팡의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가는 쿠팡. 세간에서는 쿠팡을 흔히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부른다. 미국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 성장 전략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1995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이를 발판으로 IT, 물류, 콘텐츠, 금융 등 수많은 영역으로 확장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했다.그렇다면 쿠팡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갈까. 쿠팡은 아마존처럼 국내 유통 생태계를 좌우하는 포식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쿠팡의 미래를 엿보기 위해 쿠팡이 차용한 아마존의 전략들을 참고해야 한다.
◇제프 베조스와 김범석의 '계획된 적자'
쿠팡은 아마존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수년간의 적자를 무릅썼다. 김범석 대표는 자사의 영업손실도 '계획된 적자'라고 표현한다.
'계획된 적자'는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2012년 적자 실적을 발표하면서 언급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시장을 독식하기 위해 단기적 순이익을 신경쓰지 않고 유무형 시스템 구축에 엄청난 현금을 투자하는 전략이다.
아마존은 1994년 창업 이후 8년이 지난 2002년도에야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순이익률은 2016년도에야 간신히 1%를 넘어섰을 정도다.
아마존은 투자를 지속한 끝에 세계 최강의 물류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거듭났다. 북미 어느 곳이든 당일·익일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수백곳의 물류 창고, 수천대의 트레일러, 수송기, 클라우드, 막대한 쇼핑 데이터 등 유무형 인프라가 그것이다. 물류는 '오늘 사고 내일 받는다'라는 아마존의 배송 철학을 가능하게 한 최대 무기가 됐다.
아마존이 사업 초기 구축한 완벽한 배송·물류 시스템은 어떻게 도약의 기반이 됐을까. 혁신적인 배송 전략으로 충성 고객층이 모이자 아마존의 구매력은 압도적으로 커져 직매입 상품을 초저가로 유통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유통의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판매자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 입점사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이 이뤄졌으며,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게 됐다. 이는 다시 더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강박적으로 '아마존 로드'를 걸어온 쿠팡 역시 사업 초기부터 물류에 조단위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당일배송인 '로켓배송'을 위해 후방 물류시설을 전국 곳곳에 구축했고,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물류를 경험시켰다. 로켓 배송센터는 작년 말 기준 168개, 로켓배송 고객수는 3400만명이다. 2014년 각각 27개, 260만명에서 만 5년 만에 독보적인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아마존처럼 입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물류 대행 서비스도 출범시켰다.
아마존은 경쟁의 판도를 주도하면서 업계를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기준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한다. 연간 거래액은 2000조원이다. 쿠팡은 국내 시장점유율을 작년 기준 9%까지 끌어올렸다. 거래액은 1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아마존의 생태계, 사업간 시너지로 판매자·소비자 록인(lock-in) 효과
아마존 생태계는 다각화된 사업들간 시너지 효과가 만든 결과물이다. 아마존은 성장 과정에서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물류, 클라우드, 오프라인 유통, 콘텐츠,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각 영역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B2C 온라인 유통사업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본업은 이후 확장한 B2B 사업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는 B2B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사 연간 영업이익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캐시카우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기반으로 유통 본업을 비롯해 기타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그외에도 제3자 물류, 콘텐츠, 오프라인 소매업, 금융업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하면서 이 생태계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왔다.
이때문에 아마존과 제휴를 맺은 판매자들은 물류, IT, 대출, 심지어 투자자 모집 서비스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소비자들도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에서부터 콘텐츠 감상까지 풍부한 부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아마존의 서비스 영역은 독립해 있지만, 동시에 연결성을 갖추고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 고객의 편의에 기여하고 있다.
쿠팡 역시 IT 기술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쿠팡은 IT 인력이 1500여명 내외에 이르는 등 MD 인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쿠팡의 IT 투자는 쇼핑을 보조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쿠팡의 본업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이 개발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쿠팡 유통 사업의 경쟁력 근간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콘텐츠, PB, 결제 등으로의 다각화를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변수는 국내 시장…아마존 성장한 2000년대 미국보다 경쟁 치열
쿠팡의 '아마존 따라잡기'는 사업모델 모방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철학과 경영 방식에서도 닮은 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밀주의다. 아마존이 비밀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AWS 사업 규모도 오랫동안 비공개 됐을 뿐더러, 자사 신제품에 대한 정보 역시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났다.
쿠팡 역시 비밀주의로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유명하다. 총거래액(GMV), 보유 품목수, 주문처리능력, 인프라 종류와 규모, 조직과 인력, M&A 완료 내역, 신사업 등 사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쿠팡이 종종 정계와 업계에서 눈초리를 받는 것도 이같은 지나친 비밀주의와 연관돼 있다.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도약을 한 이후에는 임직원들도 거의 공식선상에 나서지 않으며, 사업이나 실적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코멘트를 한 적도 없다.
쿠팡의 '아마존 따라잡기'는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변수는 남아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쿠팡이 위치한 한국 유통시장 환경이 아마존이 성장한 2000년대 미국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 그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커머스 트렌드가 발아한 한국에서는 어느 시장보다 플레이어 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커머스 전문가는 "아마존은 일찌감치 독보적인 모델로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거듭났다"면서 "반면 한국은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의 발전 단계나 경쟁력이 비슷해 쿠팡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앞으로 아마존처럼 절대적 시장지배자로 거듭나기보다 네이버나 에스에스지닷컴 같은 다른 경쟁사와 다극체제를 형성할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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