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바이오 흥망사]한화의 '리턴' 후유증…오송공장도 헐값 처분②엔브렐 시밀러 생산 전용…'非바이오 전공’ 콜만 대표 한계 지적
민경문 기자공개 2020-08-11 08:05:24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6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선스아웃(L/O) 해지에 따른 후폭풍은 거셌다. 고작 1년여 만이었다. 예상치 못한 ‘잠수함 특허’에 발목이 잡혔기에 한화 수뇌부의 충격은 컸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HD203)만을 위해 1000억원을 들여 만든 공장은 헐값에 처분해야 했다. 기술이전을 이끌며 포상금까지 받았던 임원들은 대거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한화그룹이 바이오사업을 접게 되는 결정적 트리거(trigger)이기도 했다.
195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콜만 대표는 바이오젠아이덱(Biogen idec), 파렉셀(Parexel), 사이버메디카(Cybermedica) 등의 바이오텍에서 사업개발(BD), 대관(Government Affairs), 의료서비스 등의 업무를 경험했다. 한화케미칼에서는 2011년 COO로 영입된 지 1년 만에 바이오사업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한화케미칼에서 바이오사업을 담당했던 인사 한 명은 "콜만 대표가 COO에서 사업부 대표까지 승진하긴 했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전무급 레벨이었다"며 "하지만 머크와의 빅딜이 성사된 이후에는 한화케미칼 대표를 거치지 않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직보'하는 위치로 격상됐다"고 말했다.
비(非) 바이오 전공자라는 이유 때문에 그를 불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경영학) 졸업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받은 석·박사 학위는 사회계획 및 정책모델(Planning & Social policy)였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개발 이후 미비했던 마케팅을 둘러싸고 콜만 대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한화 측은 2014년 11월 콜만 대표를 포함한 바이오사업 핵심 임원 4명이 대거 해임했다. 사업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였던 셈이다.

라이선스 리턴 이후 시장의 이목은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사업 지속 여부에 쏠렸다. 2015년 오송 공장 매각은 사실상의 비즈니스 철수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오송 공장은 한화케미칼이 글로벌 공급체인 확보를 위해 2012년 오송생명과학단지 3만6000㎡ 부지에 지은 생산시설이었다. 연간 생산규모는 7000L급으로 5000L 하나와 1000L 두 개의 시설이 지어졌다.
하지만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판매가 무산되면서 오송 공장 역시 존재 의미를 잃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제3자 위탁생산(CMO)이 아닌 오직 HD203 생산에만 초점이 맞춰진 공장인 만큼 더 이상 보유할 이유가 없었다. 한화케미칼 출신 인사는 “당시 공장 인원만 60명 이상이 있었던 만큼 시설을 전혀 돌리지 않아도 매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부 설계 문제로 착공 4년이 지나도록 식약처 허가조차 통과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한화케미칼은 입찰 과정을 거쳐 2015년 9월 오송 공장을 CMO업체인 바이넥스에 매각했다. 거래 규모는 600억원으로 당초 공장에 투입에 들어간 비용(1000억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었다. 한달 뒤에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다빅트렐주사25mg’의 허가를 자진 취하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허쥬마’에 이어 국내업체가 허가받은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였지만 승인 10개월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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