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업계, 사모펀드 감시의무 행정명령 '이중고' 증권사 '판매사·PBS' 개별점검 의무…수탁은행도 '골머리'
허인혜 기자공개 2020-08-07 08:11:1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5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시행하는 사모펀드 행정지도안에 따라 금융투자업계가 이중고를 겪게 됐다. 판매사와 수탁사에 교차 감시 의무를 부과하면서다. 펀드 판매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를 각각 운영하는 증권사는 판매사·PBS의 감시 의무를 모두 수행하게 됐다. 은행도 판매사이면서 수탁사의 역할을 맡고 있어 고민이 깊다.◇'사모펀드 감독 행정지도' 12일 시행…판매·신탁사 교차점검 의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12일부터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를 시행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법제화를 추진하는 한편 법 개정 기간 동안 행정지도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판매사와 수탁기관의 운용사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판매사는 운용사가 투자설명자료 대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지를 점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집합투자규약과 설명자료의 정합성, 설명자료에 주된 투자전략, 투자 위험성 등을 검수한다.
펀드 판매 후에도 사모펀드가 기존 자료대로 운용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운용사가 매분기 마지말 날부터 20영업일 내에 운용점검 정보를 신탁사에 확인한 뒤 판매사에 제공한다. 판매사는 자료를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내에 운용점검을 마쳐야 한다. 만약 부정 운용행위가 발견되면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운용사는 판매사에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
신탁사(수탁사, 전담중개계약을 체결한 경우 PBS)도 매월 1회 이상 별도로 사모펀드를 점검해야 한다. 펀드 재산목록 등 펀드의 자산보유 내역을 비교하는 등이다. 이상이 발견될 경우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도 명시됐다.
◇증권·은행업계 '판매사·신탁사' 개별점검 의무에 '이중고'
판매사의 의무 강화도 금융사들의 부담감을 크게 높였지만 더 큰 문제는 하나의 금융사가 판매채널과 수탁(수탁은행·PBS) 부문을 둘다 갖춘 경우다.
판매채널과 수탁부문에 감시 의무가 각각 부여되지만 두 부문은 하나의 금융사 소속이다. 증권업계는 판매사와 PBS의 감시의무를, 은행업계는 판매사와 수탁은행의 의무를 모두 수행해야하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와 시중은행이 해당된다.
판매채널과 신탁사의 입지가 다른 점도 문제다. 판매채널은 자산운용사보다 우위에 있지만 수탁부문은 반대로 자산운용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을'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판매사는 운용사에 상대적 갑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PBS서비스를 하려면 우리가 을"이라며 "민간 기관끼리 통제 권한을 준들 판매사나 수탁사나 어떤 불이익을 줄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판매채널과 수탁부문이 하나의 리스크관리 부서만 신설해 점검을 공유할 수도 없다. 차이니즈월에 따라 판매채널과 수탁부문은 업무와 관련된 대화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점검 인력과 부서를 두배로 증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B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채널과 PBS는 서로 의견 교환이나 공통 업무를 할 수 없다"며 "행정지도안을 따르려면 따로따로 인원을 늘리거나 근무시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리스크관리 업무는 훈련받은 전문인원이 투입돼 인건비도 적지 않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판매채널과 수탁은행이 개별점검을 수행하려면 현 컴플라이언스 인력의 3배가 필요하다고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C은행 관계자는 "발표된 행정지도안을 따르려면 현 인력의 2~3배가 필요하고 부서 증축도 필수적"이라며 "운용사가 자체적인 컴플라이언스 업무로 해결할 부분까지 판매사와 수탁사가 관리감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실 펀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금융사의 부담감이 두 배로 높아지게 됐다. 판매사로는 선제적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수탁사로서는 감시의무를 소홀히했다는 질책과 일부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판매사와 수탁사로 배상체계를 나눈다 한들 두 부문을 다 운영중인 금융사는 오히려 이중부담인 셈이다.
◇판매채널·수탁 개별평가에 신규 사모펀드 설정 '요원'
신규 펀드 설정은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판매채널과 상품점검부문만 신규 설정 펀드를 검수했다면 앞으로는 수탁부문도 펀드 적정성 의견을 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신상품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다. 예컨대 상품개발부문에서는 추천하는 펀드를 수탁부문에서 꺼려 펀드 설정이 불발될 수 있다.
또 펀드 수탁 계약을 맺고 펀드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D은행 관계자는 "만약 은행 수탁부문에서 펀드 월별 평가로 어떤 펀드가 부실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앞으로 해당 운용사와 수탁계약을 맺기도 껄끄러워 진다"며 "은행 상품리스크 점검 회의에서도 '그런 펀드 수탁을 왜 했느냐'는 질책이 쏟아질 수 있어 부담감이 높다"고 했다. 결국 수탁계약을 보수적으로 맺을 수밖에 없다.
여러 판매사에서 팔리는 펀드는 판매사와 수탁사가 같은 일도 부지기수다. 한 금융사 내 판매사와 수탁사가 한 펀드에 대해 감사 의견이 일치하거나 다를 가능성 모두 부담스럽다. 의견이 다르면 펀드 설정이 어렵고 의견이 같으면 차이니즈월 규약에 껄끄럽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판매와 신탁을 모두 갖춘 금융사는 하나의 점검의무만 이행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12일까지 관련업계의 의견을 받아 최종적인 행정지도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7일 남은 행정명령 시행 기간동안 개편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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