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두산인프라 매각가, 치열해지는 '눈치 게임'시가총액 2005년 인수 이후 '대동소이', 두산공작기계 M&A '반면교사'
박기수 기자공개 2020-08-12 14:29:17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0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는 두산그룹의 입장은 명확하다. 그 어떠한 자산도 팔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전제이자 희망사항이 있다면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다. 희망사항인 이유는 채권단 관리를 받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분을 소유한 매각 주체이지만 마냥 강하게 목소리를 낼수만은 없다.지난 7일 두산중공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최근 업계에 퍼졌던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역시 동일한 시점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 공시를 냈다.
눈여겨볼 점은 두산중공업의 공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거래소의 조회공시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부인 공시가 강제된 면이 있었다. 다만 두산중공업의 경우 자발적 공시였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거래소에서는 조회공시요구 이전에 업계에 도는 풍문에 대해 해명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관련 공시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두고 두산그룹과 원매자들 사이에서의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재 시점에서는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입찰이 시작된 후에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매자들 '되도록 싸게'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가능성을 두고 실제 내부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현대중공업그룹이 부인 공시를 낸 이유는 '가격'에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몸값이 내부에서 생각한 것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일컫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몸값은 최대 1조원이다. 현재 시가총액(약 1조6000억원)에 두산중공업 보유 지분(36.27%)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산출한 '대강'의 금액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을 포함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희망하는 곳 중 수면 위로 공개된 곳은 아직 없다. 관련업계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만한 곳은 현대중공업그룹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모펀드(PEF) 등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언제든 열려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경우 굴착기 등 건설기계 부문에서 국내 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에 눈독을 들일 만하다"면서 "원매자 입장에서는 채권단 관리 하에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두산그룹의 상황을 십분 활용해 보다 싼 가격에 인수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격은 타당한 금액일까. 되도록이면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싶어하는 원매자 입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를 인수했던 2005년과 비교했을 때 회사 가치가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실제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를 인수했던 2005년 당시 주가와 현재 주가(7000~8000원)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부채비율은 작년 말 236.6%로 2005년 말(124.4%)보다 100%포인트 이상 높아지며 부채 부담은 늘어난 상황이다.
◇두산그룹 "1조원에 매각하기도 아깝다"
반면 두산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비싸다'고 생각하는 몸값 1조원도 아까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두산그룹 사정으로 인해 낮아진 주가만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가치를 매기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5년간 쌓은 업력과 두산밥캣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두산이 내세울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샀던 가격과 비교해보면 1조원에 매각되는 것도 두산 입장에서는 아깝다. 두산은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를 1조8973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거론되는 '최고' 시장 가격과 약 2배가량 차이난다.
2016년 MBK파트너스에게 매각했던 두산공작기계 M&A도 두산 입장에서 곱씹어 볼 법한 전례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 부문을 1조1308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두산공작기계의 몸값은 2조~2조3000억원으로 평가 받는다. 약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몸값이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 이후 사모펀드에 의해 몸값이 뛰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두산공작기계의 몸값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는 점을 두고 두산 내에서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전례 등을 두고 봐도 두산 입장에서는 인프라코어 매각을 서두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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