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리사 대란]'사모운용사'만 거절, 예탁원 공기업 역할 '갑론을박'③"사모운용사 포용해야" vs "진작 손 뗐어야"
허인혜 기자공개 2020-08-20 13:01:43
[편집자주]
'옵티머스 사태'의 사무관리사로 지목된 한국예탁결제원이 전문 사모 자산운용사에 사무관리 위탁 계약해지를 요구하며 시장이 들끓고 있다. 해지 요청 금액만 최대 6조원에 달해 사무관리·자산운용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더벨이 펀드 서비스사와 전문 사모운용사 등 관련 업계의 반응과 계약해지에 따른 전망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9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사모운용사 계약해지를 요청하며 공기업 역할론을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역할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예탁결제원이 공기업으로서 공모펀드 영역만 남겨둔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 약자인 전문 사모운용사를 포용했어야 한다는 비판이다.일각에서는 예탁결제원이 일찌감치 사모운용사 사무관리에서 손을 뗐어야 한다고 했다. 민간 사무관리사가 여럿 생긴 만큼 예탁결제원은 주력인 상장지수펀드(ETF) 펀드서비스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는 얘기다.
◇ETF 남긴 예탁결제원, 자산운용업계 "공기업 역할해야"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의 최근 영업일 기준 설정규모는 41조14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예탁결제원이 거래 중지를 요청한 전문 사모운용사 수탁고는 5조6731억원이다.
예탁결제원은 전문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업무를 중단하더라도 수수료를 벌어들일 곳이 많다. 사모운용사와 계약을 전부 해지한다고 해도 여전히 사무관리 위탁고는 35조원을 넘는다. 공모펀드 사무관리 서비스는 이어가기 때문이다. 대형 종합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사무관리 서비스도 이행한다.
그중에서도 예탁원의 알토란은 ETF(상장지수펀드)다. ETF 사무관리 부문에서 예탁결제원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예탁결제원은 2005년 10월 ETF 일반사무관리 업무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선두주자로서 ETF 수탁고가 가장 많다. 코스피200 ETF 사무관리가 대표적이다.
예탁결제원이 ETF·공모펀드 부문을 남겨둔 채 사모운용사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업계마다 입장이 갈렸다. 자산운용업계는 예탁결제원이 유일한 펀드 서비스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이다. 예탁결제원과 계약한 전문 사모운용사 중에서는 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점을 보고 긴 시간 거래를 이어온 곳이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득보다 실이 많더라도 꼭 필요한 서비스라면 공공기관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라며 "가장 마지막까지 전문 사모운용사의 사무관리 계약을 받아줘야 할 곳에서 가장 먼저 전체 계약해지를 요구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계약해지를 한다고 설명했지만 사무관리 업무를 하면서 시스템 개선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며 "본심은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전면적인 계약해지"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ETF 사무관리 서비스가 처음 마련될 때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타 사무관리사들이 도전하지 않아 예탁결제원이 도맡게 됐다"며 "ETF 펀드서비스 시스템 마련도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 사모운용사 계약 해지를 두고서는 사업 축소는 인정하면서도 "전면 중단을 단정하기보다 재점검을 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사무관리업계 "예탁원, 일반 사무업무 '계륵'…합리적인 결정"
일각에서는 예탁결제원이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계약을 이어갈 이점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질서 있는 퇴장'은 아니지만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게 사무관리업계의 공통 견해였다.
중형 사무관리사 고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 입장에서는 수익 다변화 차원으로 시작한 전문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사업이 계륵이 된 입장"이라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로 수익만 쫓아왔던 전문 사모운용사들의 반성이 우선해야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무관리사 관계자는 "자기 잇속을 챙기는 결정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합리적인 결정이다. 옛날부터 사무관리 업무를 해온 전문가들 중에는 예탁결제원에 'ETF에 집중하는 편이 승산이 있다'고 조언한 인물도 있다"고 했다.
예탁결제원은 과거에도 같은 제언을 받았다. 미래가치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 사무관리 영역을 없애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예탁결제원이 2015년 삼일PwC에 의뢰한 미래성장 전략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삼일PwC는 예탁결제원이 펀드 사무관리부를 해체해 효율성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최종 보고서를 통해 펀드 사무관리 부문을 해체하기보다 인력을 수급하라고 주문했다. 펀드서비스 영역을 유지하려면 실무적인 역량을 더 확보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보고서에는 펀드서비스부문을 유지하는 방향, 효율화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있었다"며 "그중 조직을 유지한 채 인력과 시스템을 보강하는 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전문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서비스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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