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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단 스튜디오드래곤]'드라마 왕국' 만든 CJ ENM 출신들②드라마본부가 낳은 1·2대 대표…‘투톱 체제’로 2막

정미형 기자공개 2020-08-27 07:37:54

[편집자주]

설립 4년 만에 2조원의 콘텐트 공룡으로 거듭난 스튜디오드래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의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도약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은 곧 국내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평가다. 이에 더벨은 스튜디오드래곤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향후 성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진희 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가 CJ ENM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설된 영화·드라마 총괄로 선임되며 친정으로 복귀했다. 자회사 수장에서 자회사 및 플러스알파를 담당하는 모회사 총괄 자리로 갔으니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다.

이는 CJ 내부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단적인 예다. 이미 시가총액으로만 따져도 CJ ENM 2조60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2조3000억원(8월 21일 기준)으로 덩치가 엇비슷해졌다. 형님 못지않은 아우로 출세할 수 있었던 데는 CJ ENM 출신 드라마 전문가들의 조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1위 제작사' 기틀 세운 최진희 전 대표

지금의 스튜디오드래곤이 있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최 전 대표다. 최 전 대표는 설립 때부터 수장을 맡으며 드라마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제작 역량 강화도 실적 성장도 모두 최 전 대표를 필두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전 대표는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로 오기 이전 CJ ENM에서 드라마사업본부장으로 있었다. 자신이 맡은 드라마사업본부가 물적 분할돼 스튜디오드래곤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까지 맡게 됐다.

처음부터 ‘CJ맨’은 아니었다. 1993년 덴츠영앤드루비컴에 입사해 광고 제작을 하다 대우영상사업단에서 영화 수입을 맡았다. 이후 온미디어로 옮겨 콘텐츠 구매팀장으로 일하다가 온미디어가 CJ ENM에 매각되며 인연이 닿았다. CJ ENM에서도 드라마 ‘미생’ 등을 총괄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콘텐츠사업본부장, 드라마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스튜디오드래곤을 맡으면서는 한국에 없던 드라마스튜디오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를 통해 투자와 기획, 제작, 판권 판매 등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최 전 대표는 이미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전 대표의 부사장 승진에는 의미가 적지 않다. CJ그룹이 철저한 성과주의에 근거해 인사를 한다는 점, 그리고 CJ그룹에서 여성 임원으로는 내부 승진을 통해 부사장까지 오른 최초의 인물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의 입지도 그만큼 커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 전 대표의 공은 적지 않다. 현재 자회사로 있는 4개의 제작사 인수와 인재 영입 등을 진행했고 ‘미스터 션샤인’이나 ‘도깨비’ 같은 대작 프로젝트도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지난해 말에는 넷플릭스와도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매년 안정적인 드라마를 제작하고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준 셈이다.

◇2대 강철구·김영규 공동대표…안·바깥살림 분담 체제

최 전 대표의 후임으로 경영기획실장을 맡던 강철구 대표와 제작1국장이었던 김영규 대표가 낙점됐다. 모두 CJ ENM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 대표는 CJ오쇼핑 출신이다. CJ오쇼핑 경영전략팀, 전략기회팀 등을 걸쳐 2013년 CJ㈜에서 신유통담당으로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후 CJ올리브영으로 옮겨 경영지원실장을 지내다가 2015년부터는 다시 CJ오쇼핑으로 돌아와 경영지원담당, 글로벌지원담당 상무를 지냈다. 2018년 CJ오쇼핑과 CJ ENM이 합병되며 CJ ENM 배지를 달게 됐다. 이후 2019년 스튜디오드래곤 경영기획실장으로 왔다.

반면 김 대표는 프로듀서 출신이다. CJ ENM에서 드라마제작팀 PD로 활동했다.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감자별’, ‘인현왕후의 남자’ 등을 제작했고, ‘왓쳐’, ‘더 킹: 영원의 군주’,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의 책임프로듀서(CP)로도 활동했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에 약 300억원의 판매 수익을 안겨준 대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책임 프로듀서로 유명하다. 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2016년 CJ ENM 드라마사업본부가 스튜디오드래곤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속이 바뀌었으며 올해 제작국장으로 승진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단독 대표체제에서 공동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두 대표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낼 만큼 내부 살림을 꿰고 있는 강 대표가 안살림을, 드라마 제작을 책임지는 임직원을 대표하는 김 대표가 바깥살림을 맡는 식이다.

공동대표 체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화되고 경영 상태 역시 일정 수준 궤도에 올라왔음을 상징한다. 그간 최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모든 조직이 하나의 덩어리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 왔다면, 이제는 각자 전문적인 부문에서 더욱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드라마스튜디오 체제상 크게 제작의 투자를 이끌어 오는 부문과 온전히 제작에만 집중하는 제작·연출진 부문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이 ‘투트랙’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를 각각 세워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최진희 전 대표는 CJ ENM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을 포함한 영화·드라마를 총괄하는 자리로 간거라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며 “후임인 강철구 대표와 김영규 대표는 대외적으로는 같은 대표이사로 통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문 영역에 따라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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