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전수조사]'CEO 검수' 명문화, 징계 당위성 높이나④'내부통제 위반' 애매한 징계 비판에 '대표이사 최종점검' 구체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0-08-25 07:44:48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대표이사를 사모펀드 자체 전수조사의 최종확인자로 명시하며 CEO 징계의 당위성이 높아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 이전에 판매된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관계사 4자 점검을 하는 한편 CEO가 마지막 검수를 하도록 지시했다.금감원은 그동안 '내부통제 위반'을 이유로 사고 펀드 판매사 CEO를 징계해왔다. 과도한 징계라는 비판이 일자 대표이사의 확인 절차를 명문화해 징계 사유를 구체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사모펀드 자체 전수조사, CEO가 최종확인 해야"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자체 전수점검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신탁업자, 사무관리사에 배포했다. 4자 금융사 모두 점검 의무가 있다. 점검 펀드 모집단 확정부터 종목 명세 비교와 집합투자규약·투자제안서 확인, 상호 확인 절차 등 여섯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보관자산 명세 △자산의 실재성 △투자제안서와 투자의 일치여부를 검수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대표이사가 최종 검수를 하도록 지시했다. 금융당국이 배포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자체 전수점검 절차 및 FAQ' 문서에는 "전체 점검이 모두 완료된 후에는 각 사 대표이사가 점검결과를 확인하여 공동으로 점검결과 확인 후 최종 제출"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최종보고 전 단계에서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사무관리사, 신탁업자의 전수점검 책임자가 상호 확인과 확인일자를 기재하도록 했다. 전수점검 책임자의 점검이 끝난 뒤에도 금융사 CEO가 개별적으로, 또 상호 확인을 통해 검수 결과를 최종 확인하라는 이야기다. 당국의 안내서도 업무 담당자가 아닌 대표이사 앞으로 발송됐다.
각 사별 주력 점검항목을 살펴보면 책임소재는 더욱 분명하게 나뉜다. 자산운용사는 검수를 받아야 하는 펀드의 목록을 작성하는 한편 각 단계에서 불일치 항목이 발생했을 때 소명을 해야 한다. 신탁업자는 펀드의 회계상 오류를 점검한다. 사무관리사는 명단과 명세를 살펴야 한다. 판매사는 펀드 자산의 실재성을 확인하고 펀드가 약속 대로 운용되고 있는 지 점검해야 해 어깨가 가장 무겁다. 4자 금융사 모두 최종 상호확인 참여자로 다른 업종의 책임도 피하기는 어렵다.
◇내부통제 위반징계 "당위성 낮다" 항변…'CEO 최종검수' 명문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자체 전수조사의 최종 확인자로 CEO를 명시하며 향후 대표이사 징계 사유도 명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펀드 사고를 두고 판매사 대표이사를 징계하며 내부통제 위반을 사유로 삼아왔다. 모호한 법령을 근거로 판매사 CEO에게 중징계를 내린다는 비판이 일자 아예 대표이사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DLF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내부통제 규정을 위반했다며 CEO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하나금융 부회장(DLF 사태 당시 하나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두 CEO가 소송으로 대응하며 징계가 정지됐지만 재판 부담이 남았다.
라임자산운용 판매사들도 CEO 징계 가능성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복수의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에게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내부통제 표준 규정 위반에 대한 의견서를 요구했다. 대표이사와 준법감시인이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펀드 판매 의사결정에 신중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판매사 CEO 징계를 두고 과도한 징벌이라는 항변이 잇따랐다. 내부통제 위반 법령해석이 모호하다는 이유다. 내부통제 규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를 법적 근거로 삼는다. 이 법은 금융사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내부통제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금감원은 '실효성있게'라는 단어를 징계 배경으로 밝혔다. 금융사들은 실효성이 직접적인 행위를 가리키지 않고 내부통제 규정 위반이 법적 제재사유로 명시되지 않았다며 부당한 징계라는 입장을 냈다. CEO 징계 법률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번 자체 전수조사로 금융당국이 전수조사 편의와 CEO 징계 당위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CEO 징계시 내부통제 위반 외에도 펀드 검수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마련돼서다. 4자 금융사 대표에게 1만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 각각에 대한 책임이 부과되는 셈이다. 6월 이전 설정된 펀드를 검수하지만 사모펀드의 통상적인 운용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재 설정된 모든 펀드가 대상이다.
금감원 차원의 전수조사도 곧 시작돼 금융사들의 부담감은 더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24일부터 자체 전수조사와 별도로 사모펀드 운용사 검사 전담반의 공식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4개 팀으로 이뤄진 30여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펀드의 재무제표상 자산과 실재 자산의 일치여부, 운용 자산과 투자 제안서의 합치, 운용 자산의 실재 등 금융사의 자체 전수조사 항목과 같은 내용을 검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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