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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정책 지원 효과 점검]산은 차환 프로그램, 공모채 '마중물'…긍·부정론 교차①1.9조 예산 중 1.5조가량 소진…AA급 쏠림, 한정된 대상은 한계

이지혜 기자공개 2020-09-01 13:41:01

[편집자주]

코로나 19 사태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크게 개선되며 공모채 미매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방위적 정부 지원 정책이 '안전판' 노릇을 하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책 별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지원책의 자금 소진 현황을 점검하고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31일 15: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먼저 실행에 나선 정책 금융 기관이다. 산업은행의 차환 지원 프로그램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을 우려가 있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차환 발행 때 인수단으로 참여해 미매각분을 인수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투자심리 안정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번 정책이 증권사와 발행사의 미매각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도 제기능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도 만만치 않다. AA급 공모채에 상당한 자금이 쏠린 데다 자금사용목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발행사들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지원 예산 대부분 소진

올 들어 산업은행이 대표주관(일반 회사채 기준)한 딜은 모두 4건이다. 5월 한일홀딩스를 시작으로 7월 OCI, AJ네트웍스, 한진 등 딜을 맡았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것은 28건에 달한다. 실적은 1조4540억규모다. 다만 만도의 공모채 딜에는 인수단으로만 참여했다가 최종적으로 배분받은 물량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3월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7월 31일 한진까지 수많은 발행사들이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이 중 에쓰오일을 제외한 나머지가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으로 맡은 딜이다.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은 3월 30일부터 가동됐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3월 산업은행이 A급 이상 발행사 또는 코로나19 피해로 등급이 떨어진 기업 중 투자등급 이상 발행사를 대상으로 회사채 차환 분을 직접매입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계획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 예산은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당초 제시한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 예산은 모두 1조9000억원. 이 중 76%가량의 자금을 집행했다.

◇AA급 치중, 지원대상 한정적…한계 뚜렷

적극적인 정책 실행에 긍정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지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산업은행의 지원물량이 지나치게 AA급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인수한 물량을 신용등급 별로 살펴보면 AA급이 9300억원, A급이 4740억원, BBB급이 400억원 정도다. AA급에 소진자금의 65%가량이 투입됐다.

건수로 봐도 AA급 쏠림 현상이 엿보인다.산업은행은 AA급 발행사 8곳, A급 발행사 8곳, BBB급 발행사 2곳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원했다. 심지어 AA급 발행사 가운데에는 SK에너지 등 신용등급이 AA+인 곳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자체적 경쟁력만으로 투자자를 붙잡을 수 있는 AA급에 자금이 상당 부분 쏠렸다"며 "미매각 우려가 큰 A급 이하 발행사는 정작 외면받았다"고 말했다.

한진, AJ네트웍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HDC현대산업개발, 한라홀딩스, 사조산업, 한화건설, 만도(AA-), 현대건설기계 등 9곳의 발행사가 미매각을 겪었다.

다만 A급 이하 기업들이 공모채를 발행하기를 주저한 것과 달리 AA급 발행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4월 이후 현재까지 AA급 회사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가량 더 발행됐다. 반면 A급과 BBB급 회사채 발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줄었다.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공모채 차환만 대상으로 하다보니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는 발행사가 적었다”며 “사업 확장이나 운영을 위해 돈이 필요한 기업은 A급 이하 발행사들인데 정작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말했다.

◇주관사 부담 경감, 공모채 ‘마중물’

반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산업은행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난 직후 채권시장을 돌아보면 AA급 발행사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채권시장의 안전판이 된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확산되며 시장의 유동성을 끌어오는 마중물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는 신용등급이 AA-인 한화솔루션도 미매각을 겪었다. 이에 따라 우량 신용도의 발행사들까지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을 최고 70bp까지 높이면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산업은행의 프로그램은 증권사의 인수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4월 이후 증권사들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발행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적극 펼치기 어려웠다. 총액 인수 방식으로 공모채를 맡기에 미매각분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서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증권사가 영업력을 회복하면서 발행사 저변이 넓어졌다는 후문이다. 또다른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제도를 만들어 시장에 신뢰를 준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산업은행이 수요예측에 참여한다거나 정책적으로 지지기반이 된다는 소문만 퍼져도 투자자들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와 함께 자금을 소진할 때까지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상호보완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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