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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투자공학 '선구자' 서정두 글로벌운용 전무④ETF·선물 상품 국내 도입 '장본인'…스스로에게 엄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성품

허인혜 기자공개 2020-09-04 12:58:40

[편집자주]

1974년 국내 최초 투자신탁사(한국투자신탁)를 모태로 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50년 역사는 국내 투자신탁 및 자산운용 업계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투자금융그룹(구 동원그룹)에 인수된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을 이어오며 국내 굴지의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캡티브 수요없이 일궈낸 고객자산 70조, 순이익 400억원은 국내 유일무이한 성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첫 길을 개척하고 그 길을 닦아 결국 안정적으로 만든 사람.

서정두 글로벌운용 총괄 전무(사진)는 주식 매매를 수기로 하던 시절부터 퀀트 전략 투자까지 투자공학 발전의 전기를 걸어온 산증인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의 개념을 알리고 ETF의 기틀을 닦은 사람도 서 전무다. 기술력 기반의 해외의 선진 투자문화를 들여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투자의 가능성에도 눈을 떴다. 말하자면 국내 투자의 기술적 선진화와 영토 확장을 동시에 일군 이가 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글로벌투자와 투자공학 부문도 그의 손에서 싹을 틔웠다. 첫 도전의 수장을 서 전무로 낙점하고 믿어준 한국운용과 전문성으로 화답한 그의 시너지 효과였다. 서 전무는 한국운용을 통해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베트남 등 아시아 중심의 현지 자산운용사를 세웠다. 국내 최초로 해외 현지에서 만든 펀드를 또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족적도 남겼다. 코로나19가 해외투자의 발목을 잡자 현지 운용사와의 공조로 무사히 해외 실물펀드를 설정해 포스트 코로나시대 투자의 본보기가 됐다.


◇'수기 주식매매서 ETF로', 국내 투자환경 확 바꾼 '문익점'

서 전무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법관의 꿈을 꿨다가 금융기관으로 발을 돌렸다. 법학을 전공했던 이력이 주식운용 본부로 이끌었다. 당시 신입사원 부서 배치를 입사 성적순으로 했는데,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그가 입사 시험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1991년 현대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에서 업무를 시작했을 때 국내 투자환경은 아직 초입 단계였다. 서 전무는 "바스켓 매매가 되지 않던 시기였다"며 "주식 매매를 주니어들이 밤샘 작업으로 손으로 기입을 해두면 다음날 반영이 되던 때"라고 했다.

90년대 초 국내 투자업계는 한창 선물시장을 맞을 준비 중이었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선물시장 TF팀 만들기에 분주했다. 컴퓨터에 능하다는 이유로 이 TF팀에 들게 됐다. 법학과 출신인 서 전무가 컴퓨터를 잘했던 이유는 카투사 복무 경력 덕분이었다. 286 컴퓨터를 쓰던 시기 미군의 데이터 전산화 작업에 서 전무가 동원됐다고 했다. 선물시장이 도입되며 트레이딩, 차익거래 등을 접했다.

선물시장 TF 팀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자연스럽게 해외 선진 투자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글로벌 시장 대비 다소 늦었던 국내 투자환경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차다. 인덱스 펀드를 다루면서 금융공학에도 일가견이 있던 서 전무와 상장지수펀드(ETF)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1998년 삼성투자신탁운용에 합류해 2003년까지 인덱스시스템운용팀에 몸 담았다. 이창훈(전 공무원연금공단 CIO) 당시 삼성운용 주식운용팀장이 인덱스팀을 만들며 서 전무를 불렀다. 팀원은 혼자였다. 홀로 1999년 '엄브렐러 인덱스펀드' 등을 순수 인덱스 펀드를 개발하며 고군분투했다.

그 시기 홍콩에서 열렸던 국제 인덱스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ETF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다. 미국을 지나 유럽에 ETF 시장이 활발히 뿌리를 내리던 때였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처음으로 ETF를 상장한 바클레이글로벌인베스터(BGI)에서 서 전무에게 홍콩 인덱스 컨퍼런스를 소개했다.

서 전무는 "당시 홍콩 인덱스 컨퍼런스에서 주제의 3분의 2가 ETF를 다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ETF가 이미 활발했던 때"라고 했다. 그는 "ETF라는 개념을 듣고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의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며 "효용성을 따져봤을 때 ETF가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홍콩에서 보고들은 ETF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었다. 황영기 삼성투신운용 대표(전 금융투자협회장)가 '나도 ETF를 접한 적이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자'고 했다. 직접 한국거래소를 찾아 아이디어를 전했다. 법규조차 없던 시기였던 만큼 금융감독원과 기획재정부의 허가를 받는 등의 작업을 거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KODEX'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국거래소 내 ETF TF를 이끌며 출시한 KODEX200은 현재 국내 간판 ETF로 성장했다.

◇글로벌투자 싹 틔운 글로벌·투자공학 전문가

한국운용과의 인연은 2008년부터다. 글로벌투자 부문 수장을 찾던 한국운용의 러브콜을 받았다. 삼성운용을 거쳐 새마을금고연합회 국제투자팀 팀장과 알리안츠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두 자산운용사에서 해외 부동산과 해외 주식, 해외 채권을 본격적으로 경험했다.

국내에 헤지펀드가 출항하기도 전인 2008년 2월 한국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에서 싱가포르에 '키아라 어드바이저' 운용사를 설립하고 케이아틀라스(K-Atlas Pte.Ltd)라는 펀드를 출시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에 근무하던 서 전무도 이 시기 한국운용에 발탁돼 합류했다. 다양한 해외투자 경력과 투자공학 전문성이 눈에 띄었다. 서 전무는 "여러 투자 시스템이 도입될 초기를 따라오다 보니 이론적으로 어려운 인덱스 펀드에 대해 제대로 배웠고 퀀트운용의 기초도 깨달았다"며 "새마을금고 등 자금력이 든든한 회사에서 해외투자를 해본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글로벌운용 본부장으로 분했지만 인덱스 펀드도 그의 몫이었다. 한국운용은 글로벌 투자와 인덱스, AI, 퀀트 등의 투자공학의 접점이 깊다고 보고 두 부문을 하나의 부서로 통합해 운영하거나 구분해 두더라도 협업을 하도록 운영해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와 투자공학을 동시에 꾸린다는 한국운용의 발상은 서 전무의 전문성이 아니었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목표였다. 그를 필두로 베타운용본부를 만든 것도 자신감의 발로다. 베타운용본부는 ETF운용부문, 퀀트운용부문, 글로벌인베스트먼트솔루션(GIS)운용부문으로 나뉘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 본부장(상무)로 임했다.

첫 부임부터 글로벌운용본부·GIS(Global Investment Strategy)를 구축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시아 네트워크를 활용한 법인 설립과 현지 설정 펀드를 만드는 데에 천착하고 있다. GIS본부의 구성을 마무리한 직후 중국 본토 자산운용사와 손을 잡고 중국A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2011년 설립한 상해 리서치 사무소도 서 전무가 낸 결과물이다. 올해 8월 본격적으로 출항한 베트남 법인도 출발부터 법인 설립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최근 한국운용 글로벌운용은 실물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운용 글로벌운용 본부의 철칙은 '코어 투자'다. 해당 지역의 중심부 건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운용 해외 실물투자의 대표적인 상품인 일본 오피스 빌딩 펀드가 코어 투자의 정도를 따르고 있다. 벌써 네 번째 성공적으로 설정됐다.

네 번째 펀드인 '기오이쵸 오피스' 펀드는 화상실사를 통한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이라는 의미가 깊다. 코로나19로 현지 실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얻은 쾌거다. 서 전무와 '일본통' 한동우 상무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실사가 불가능해지자 해외 자산관리사와 협업해 대체실사를 진행했다. 스미쇼리얼티매니지먼트 등이 참석해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진행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해외 법인의 현지 펀드 설정에도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법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서 전무는 "부채가 없이 깨끗한 베트남 현지 자산운용사를 찾는 데에 공을 들였다"며 "현지 운용사의 이름은 킴 베트남 펀드 매니지먼트로 첫 상품은 내년 6월께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 현지에서 설정된 펀드를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새로운 길, '크로스셀링' 도 관심사다.

투자 철학은 '엄격한 룰을 정하고 규칙 안에서 움직여라'다. 스스로에게는 엄하되 후배에게는 관대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서 전무는 "앞으로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구축하는 일을 더 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비즈니스에 부딪혀보고 싶고, 후임들에게도 큰 줄기를 신중하게 맡기되 권한을 일임한 뒤에는 지켜봐주는 수장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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