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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그룹의 구원투수 '믿을맨' 이석로 부사장②새로운 비즈니스 기틀 마련 '주특기'..한국운용 투입 후 '성과제도' 개편

정유현 기자공개 2020-09-02 13:04:19

[편집자주]

1974년 국내 최초 투자신탁사(한국투자신탁)를 모태로 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50년 역사는 국내 투자신탁 및 자산운용 업계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투자금융그룹(구 동원그룹)에 인수된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을 이어오며 국내 굴지의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캡티브 수요없이 일궈낸 고객자산 70조, 순이익 400억원은 국내 유일무이한 성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석로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사진)이 평소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호기심과 관심'이다. 본인 전공이나 업무에 대한 본질을 파악해 관심을 두고 다양한 사회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다 보면 균형 감각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한국금융그룹에 몸 담으며 합병 등 그룹 역사의 변곡점마다 투입돼 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정상화시키며 성장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었던 밑거름도 바로 호기심과 관심이다. 조직이 새로운 변화를 앞두거나 위기에 빠지면 어김없이 이 부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관리실 상무,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전무)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 매니저 이탈 등으로 흔들리던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투입된 이 부사장은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중심을 바로잡고 또 한 번 조직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업계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굴지 운용사로 도약하는 데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인물이다.

◇ 판매·리스크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틀 마련 '주특기'

이 부사장은 1988년 대학 졸업 후 옛 동원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에는 증시가 호황을 이어가며 가장 인기가 많은 직종이 증권업이었고 경영학과를 졸업한 만큼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도 컸다. 딱 10년만 다녀보자는 생각으로 입사했는데 청춘과 열정을 쏟다보니 3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입사 후 처음에는 지점에 배치됐다. 8년여간 지점에서 고객과 만나면서 업을 이해했고 1995년 채권부에 발령이 나며 본사로 들어왔다. 이 부사장은 채권 매니저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소속 조직이 바뀌었다. 당시 정부가 투자신탁회사의 판매 기능을 분리해 순수한 운용을 전담하는 투자신탁운용 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증권사들은 판매 조직을 세팅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는데 판매 담당 업무 직원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이 부사장이 이곳에 투입이 된 것이다.

금융상품 판매 업무를 하던 이 부사장은 1999년 또 다른 새로운 미션에 투입됐다. 리스크 관리 업무가 도입되는 시절로 또 한 번 조직을 세팅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판매 분야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리스크 조직의 업무의 틀을 마련했고 리스크 관리 업무도 진행했다. 2년 후 전략기획실로 자리를 옮기며 김남구 부회장 밑에서 회사의 제도 및 문화를 바꾸는 등 회사의 비전을 설정하는 작업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 당시 도입했던 것이 바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트루프렌드(truefriend) 한가족 스키캠프'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지금까지도 건전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행사다.

이 부사장은 조직에서 어떤 업무든 빠르게 이해하고 흡수해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믿을맨'으로 활약했다. 2005년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조직 통합 작업도 이 부사장이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관리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 동원증권-한국증권 합병후 '화학적 통합' 주인공

2005년 6월 두 회사가 합병하며 옛 한국투자증권 노조의 반발이 거세 100일 넘게 파업이 이어졌다. 직원 80%가 속리산에서 파업을 하고 있었다. 옛 한국투자증권은 공기업에 가까운 기업이었다면 동원증권은 오너십이 강한 사기업이었기 때문에 두 회사를 융합시키는 작업은 정말 쉽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이 시기를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찬 시기로 회상한다.

회계 처리 방식까지 달랐던 두 조직을 합치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조직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 간 연대감을 만들어지는 화학적 통합까지 이뤄내려다 보니 힘이 들었지만 6개월 만에 통합의 틀을 마련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투자금융지주 경영관리실 상무보로 승진하며 계열사 전반의 경영관리를 담당했다.

2010년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사의 ebusiness 사업의 중요성이 커질 시기에 이 부사장이 본부장으로 투입된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점유율도 높였다. 이 정도 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세팅을 하는 것은 이 부사장의 특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부사장은 "뭔가 갖추어진 일을 하기 보다는 변화의 시기마다 조직에 투입되면서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갔다"며 "조직에 몸담은지 오래 될 수록 주 특기가 정해지는데 저 연차에는 다양한 일을 하며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했다면 시니어 레벨로 갈 수록 경영관리 분야가 주특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흔들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투입, 성과제도 체질개선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수 있는 위치지만 이 부사장에게 또 미션이 주어졌다. 2015년~2016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며 흔들리는 조직 안정화를 위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투입됐다. 당시 1년에 30~40명의 직원이 퇴직하며 그 만큼 새로운 인력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부사장은 가장 먼저 운용 업계의 현황을 파악했다. 2015년 정부가 헤지펀드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허들을 낮추며 운용사가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직의 문제라고 판단했지만 운용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인력 이탈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조직 문화 안정화 작업에 돌입했다.

'일하기 좋은 회사, 누구나 일해보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표방하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였다. 성과가 있는데 보상이 있다는 문화가 정착이 된다면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성과제도부터 고쳤다.

그동안 운용사에 성과 보상 시스템은 '개인 위주'였다. 개인이 잘하면 개인에게 공이 돌아가는 개인 사업자 방식이었다. 회사와 나의 이해관계자 안맞다 보니 직원이 한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 전체의 손익에 성과를 연동시켜서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직원이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표이사부터 프런트 직원 등 모든 이해 관계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철저한 경영관리자지만 회의는 싫어한다. 꼭 필요할 때는 최대한 짧게 진행한다. 전 직원들과 교감은 쉽지 않지만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과 평소에 친하게 지내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임한다.

예를 들어 이 부사장은 휴대폰에 각 직원별로 간단한 학력과 이력, 생년월일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둔다. 단순히 같은 부서 직원뿐 아니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 후 며칠 간 250여명에 대한 정보를 다 입력해뒀다. 윗 사람이 솔선수범해 직원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대하면 좋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리더십 지론이다. 조홍래 대표 이사 취임 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던 것도 이 부사장의 뒷단의 노력이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부사장은 후배들에게 한국투자금융그룹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치밀함이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치열한 30년을 보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조언이다.

이 부사장은 "길지 않은 시간에 이 회사는 아시아 최고의 넘버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후배들이 먼저 겁먹지 않기를 바라며 도전하고 치열하게 살다보면 성공은 따라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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