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인베스트먼트를 움직이는 사람들]'바이오 미래 개척 브레인' 이종훈 이사④'브릿지바이오·펩트론' 20여곳 베팅, VC3본부 '팀 플레이' 원동력
박동우 기자공개 2020-09-08 08:23:47
[편집자주]
2006년 문을 연 SV인베스트먼트는 펀드레이징, 투자실적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업계 상위권 하우스로 자리매김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브릿지바이오 등 유망 기업에 과감한 베팅을 하면서 의미 있는 트랙레코드도 쌓았다. 이제는 사모펀드(PE) 운용과 해외 투자까지 보폭을 넓히며 벤처캐피탈의 모범으로 거듭났다. SV인베스트먼트의 전성기를 여는 핵심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가 투자 명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바이오' 섹터의 포트폴리오가 뒷심을 발휘했다. VC3본부는 브릿지바이오·펩트론·엔케이맥스 등 내로라하는 벤처들을 발굴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해왔다.이종훈 SV인베스트먼트 이사(사진)는 VC3본부의 '팀 플레이'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정영고 상무, 박대훈 선임심사역과 힘을 합쳐 지금까지 20여건의 딜(deal)을 성사해 약 1100억원을 집행했다. 이 이사는 단순한 투자가를 넘어 바이오·헬스케어의 미래를 개척하는 '브레인'으로 우뚝 섰다.
◇ '증권사 경력' 전문성, '한중바이오펀드·글로벌바이오2호' 운용
이 이사는 중앙대 약대생 시절부터 막연하게 투자 전문가를 꿈꿨다. 전공 지식 못지않게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2011년 대신증권 입사를 계기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 경력까지 포함하면 5년 동안 제약·바이오 분야의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기업의 주력 사업을 분석하고 해외 의약품 연구 동향을 파악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펀드매니저들과 친분을 쌓아 회사의 적정 밸류에이션(기업가치)과 산업 트렌드에 대해 열띤 토론도 벌였다.
SV인베스트먼트와 연을 맺은 시점은 2015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인의 소개로 정영고 상무를 만났다. 이 이사는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 상무의 투자 철학에 끌렸다"며 "하나의 딜을 놓고 삼세번 고민하되 자금을 집행한 뒤에는 피투자기업의 사업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데 집중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본사가 여의도 금융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본시장에 친화적인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었다. 기업공개(IPO), 바이아웃 등 엑시트(자금 회수)까지 염두에 두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때마침 SV인베스트먼트는 약정총액 374억원 규모의 'SV 한·중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며 신약·생명공학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었다. 조합 운용 인력을 보강할 필요성이 하우스 내부에서 제기됐다. 정 상무의 영입 제안을 받은 이 이사는 주저없이 응했다.
그는 VC3본부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안착했다. 본부장을 맡은 정영고 상무, 박대훈 선임심사역과 의기투합했다. 2017년 중국 기업 허난진언투자유한공사와 손잡고 만든 'SV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펀드 2호'(결성총액 530억원)를 운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 범용성 갖춘 '플랫폼 기술' 주목,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 매력
6년차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이 이사는 지금까지 기업 20여곳에 1097억원을 집행했다. △브릿지바이오 △이뮨메드 △엔케이맥스 △바이오다인 △바이오솔루션 △올리패스 △노보믹스 등이 거론된다. 회수한 금액은 1014억원에 이른다.
그는 "VC3본부의 팀 플레이가 SV인베스트먼트의 바이오 투자를 이끄는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기술보증기금·외환은행을 거쳐 벤처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정영고 상무, 한독·종근당 등 제약사 사업기획(BD) 부서에서 근무한 박대훈 선임심사역과 뭉쳐 '삼위일체'를 이뤘다.
신규 투자처와 첫 만남을 할 때면 어김없이 정영고 상무, 박대훈 선임심사역이 동행한다. 덕분에 기업 경영진의 핵심 역량, 기술·파이프라인의 진입장벽 등을 꼼꼼하게 검증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펩트론'이다. 기존에 '2011 KoFC-KVIC-SV 일자리창출펀드 2호'와 '에스브이 과학기술신성장펀드' 등으로 50억원을 베팅한 업체다. 코스닥에 입성한 직후 이 이사는 한·중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로 50억원 규모의 후행투자를 단행했다.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이어진 물질인 '펩타이드'를 활용해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기술에 매료됐다. 당뇨병·파킨슨병 등으로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넓히는 사업 전략도 호평했다. 이 이사는 "펩트론의 주식을 몇 차례 처분한 상황"이라며 "전체 투자원금 기준으로 멀티플 약 4배의 회수 성과를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가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사업 아이템이 범용성을 갖췄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진다. 약물 복용 방식이나 약효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회사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연계할 수 있는 신약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기업가치의 업사이드 포텐셜(상승 잠재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운 벤처를 발굴하는 데도 공들였다. '인트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회용 시험지에 침을 묻혀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기기를 선보인 업체다. 스마트폰으로 검사 결과를 살피는 점에서 소비자 편의성이 돋보였다. 원격의료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5억원을 지원했다.
모든 딜이 순조롭게 이어진 것만은 아니다. 난관에 부딪친 적도 있었다. 면역세포치료제를 연구하는 '엔케이맥스'가 그랬다. 올해 상반기 100억원어치 전환사채(CB) 인수를 추진하면서 투자심의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쳤다.
앞서 두 차례나 베팅한 만큼 사업 아이템의 매력만 계속 어필하기 어려웠다. 그는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면서 체득한 전문성을 살렸다. 동종업계 주가 흐름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주가 상승의 모멘텀 예측 등을 설명하면서 하우스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 이사는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며 바이오 분야 투자에 매진해왔다"며 "사업의 확장 가능성, 혁신적 아이디어에 주목하면서 SV인베스트먼트의 '시그니처 딜'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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