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정상화 이후 정체성은...불변하는 두산重 존재감⑥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 '유력'
박기수 기자공개 2020-09-11 10:04:3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9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조조정을 마친 두산그룹은 어떤 정체성을 띨까. "모든 자산은 매각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두산이지만 매각 자산 중에서도 선순위와 후순위가 분명히 나뉜다.이미 매각된 자산들도 있다.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두산 입장을 고려했을 때 매각 자산으로 내놓은 것들을 비교적 비핵심 자산으로 유추할 수 있다. 반대로 그룹 내 남아있는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두산의 정체성이 드러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인프라-밥캣'=두산의 정체성
자산 매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직전 시점인 올해 상반기 말 지배구조도를 보면 두산그룹의 사업 현황을 알 수 있다. 핵심 계열사는 사업형 지주사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과 작년 인적 분할된 두 곳의 자회사 두산퓨얼셀·두산솔루스 등이 있다.
그 어떤 자회사보다 두산중공업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는 곳은 없었다. 사실상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올해 상반기 말 두산중공업의 연결 자산총계는 25조8358억원으로 ㈜두산(30조2481억원)의 85.4%를 차지한다.
두산중공업 산하의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상반기 말 연결 자산총계는 12조3350억원이다. 두산중공업 자산총계의 47.7%를, ㈜두산 자산총계의 40.8%를 차지한다.
이처럼 자산 매각전 두산그룹의 정체성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주축으로 한 기계·엔진 사업과,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원전 등 플랜트 건설 사업회사였다. ㈜두산 내에서도 전자BG(동박적층판), 모트롤BG(유압기), 산업차량BG(지게차 생산) 등 여러 사업 부문이 있고, 수소 연료전지(두산퓨얼셀), 전기차 배터리 전지박(두산솔루스) 등의 사업도 두산의 몫이었지만 두산중공업에 비해서는 사업 규모가 작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 새로운 정체성 될까
정상화 후에도 두산그룹의 중심에는 두산중공업이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사업 내용이다.
두산그룹은 지주사에서 모트롤BG를 물적분할해 매각했고, 두산솔루스와 네오플럭스도 매각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자산으로는 두산건설과 두산타워가 대표적이다. 이 와중에 두산이 매각 자산으로 내놓은 계열사는 바로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건만 놓고 봐도 업계의 시나리오는 갈린다. 두산밥캣까지 같이 팔릴 것이라는 시각부터 인프라코어만 매각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다양하다. 자산매각으로 충분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를 아예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근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는 매각했음에도 두산퓨얼셀의 지분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그룹 측에서 스스로 밝히는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두산그룹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중소형원자로, 수소, 연료전지 사업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혁신을 추진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본 확충 후 두산중공업 재무상태는
이번 두산그룹 위기의 핵심 원인이었던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도 자본확충을 통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 7월 매각했던 클럽모우CC 매각대금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했던 두산퓨얼셀의 지분 23%(보통주 기준)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며 자본 확충 효과를 극대화했다. 두산퓨얼셀은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의 수혜자로 거론되며 작년 분할 이후 몸값이 폭등했다. 두산 오너들의 무상증여 지분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번 유상증자와 두산퓨얼셀 무상증여분만 봐도 자본확충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의 상반기 말 별도 자본총계와 연결 자본총계는 각각 2조8899억원, 5조8877억원이다. 유상증자와 퓨얼셀 지분 가치를 자본총계에 단순합산하면 자본총계는 별도 기준 4조7639억원, 연결 기준 7조7617억원까지 늘어난다.
부채비율 역시 크게 낮아진다. 상반기 말 기준 별도 293%, 연결 339%였던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자본확충 후 별도 178%, 연결 257%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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