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무형자산 분석]엔씨소프트 '리니지' IP의 가치는 얼마일까①연간 무형자산 30배 매출 내는 리니지 형제, 핵심은 '대체 불가능'
서하나 기자공개 2020-09-21 07:40:11
[편집자주]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을 말한다. 게임산업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없어 실제보다 과소계상한 가치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선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회계 정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벨에서 게임사별 무형자산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니지 형제는 국내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현재 시가총액 18조원의 엔씨소프트를 키운 주역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지식재산권(IP)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무형자산을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현재 엔씨소프트는 무형자산으로 495억원을 계상해 두고 있다. 제조업체에 비해서도 턱 없이 적은 규모로 자산화 처리를 하고 있다.
업계에선 콘텐츠 기업의 무형자산에 대한 회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아 자금 조달과 주가 예측이 원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보다 무형자산 작은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최근 주가 약 81만원을 기준으로 약 17조8900억원에 이른다. 코스피 시총 순으로 보면 14위로, 15위인 기아자동차의 시가총액 약 17조8500억원과 거의 비슷하다.
양사의 무형자산 규모를 단순 비교하면 어떨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하는 엔씨소프트가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아차보다 더 많은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사실은 정반대다. 상반기 연결 기준 기아차의 무형자산 규모는 약 2조5904억원으로, 엔씨소프트 무형자산 규모인 약 495억원보다 무려 5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IT기업의 재무구조상 기아차의 전체 자산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반기 말 기아차의 순자산 규모는 약 29조원으로 시총을 뛰어넘었지만 엔씨소프트의 순자산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시총의 16% 수준에 그쳤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게임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엔씨소프트의 무형자산 규모가 채 500억원을 넘지 않는단 사실이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게임사의 무형자산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결과다.
엔씨소프트 역시 △산업재산권 △영업권(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영업권) △기타의 무형자산(직원 복지용 휴양시설 회원권) 등을 무형자산 계정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리니지 등 자체 IP 가치를 평가하는 별도의 기준은 두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학회에서는 게임사에 핵심무형자산이란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 겸 중앙대 교수는 "핵심무형자산 지표 도입을 통해 출시가 유력한 신작의 예상 실적을 재무제표에 기재할 수 있고 기업의 자금조달 및 주가의 예측 등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최근 게임과 바이오 등 성장주의 장세를 설명하기 위해 주가무형자산비율(PPR) 개념을 제시하며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대신 PPR로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니지 관련 연매출, 무형자산 '30배'
회계상으로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하기 전까지 리니지 IP의 가치를 가늠해볼 다른 방법은 없을까. 만약 IP의 가치를 단순히 이익 창출력이라고 가정한다면 리니지의 수익 창출력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추산해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3년간 리니지1, 2 관련 매출로만 전체 매출의 약 80% 이상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전체 매출 1조7012억원 중 리니지 관련 매출은 1조4627억원으로 비중 86%였다. 구체적으로 리니지1, 리니지2 매출이 각각 1740억원(10%), 940억원(6%),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 매출 9990억원(59%) 등을 거뒀다.
리니지2 IP 판매에 해당하는 로열티 매출로도 무려 1957억원(12%)을 올렸다. 2018년과 2017년에도 리니지 시리즈 매출은 전체 매출의 각각 81%, 82%를 차지했다. 연간 기준 장부상 무형자산 가치의 약 30배에 해당하는 매출을 번 셈이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출시 이후 상반기까지 리니지 IP의 누적 매출은 총 7조6813억원을 기록했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1의 누적 매출이 3조811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03년 출시된 리니지2 매출이 1조9805억원, 리니지M(2019년 2분기~2020년 2분기 누적분) 1조2066억원, 리니지2M 6823억원 등이었다. 업계에서 리니지 IP의 가치를 최소 수조원 이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른 게임사에서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흥행에 성공했단 사실도 IP의 가치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은 2016년 12월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을 출시했는데 이 게임은 2017년 2월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의 게임사 스네일게임즈도 리니지2 IP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2016년 7월 리니지2 IP를 이용한 게임 리니지2:혈맹은 정식 출시 일주일 만에 중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순위 1위, 무료 다운로드 4위에 올랐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개발 스타일이 전혀 다른 게임사가 모두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리니지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리니지의 강점은 대체 불가능성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를 배경으로 1998년 9월 처음 서비스됐다. PC통신과 MUD게임(Multi User Dungeon,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인터넷 기반의 그래픽을 활용한 혁신적인 게임으로 평가 받았다.
서비스 2개월 만에 최고 동시접속자 1000명, 서비스 15개월 만에 온라인 게임 최초 100만명, 2007년 누적 매출 1조원, 2013년 누적 매출 2조원, 2016년 누적 매출 3조원 등 단일 게임으로 최초 기록을 갈아치웠다.
후속작인 리니지2는 2003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최초의 3D MMOPRG였다. 2003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고 2005년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수출 대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온 이후에도 IP는 굳건했다. 2017년 6월 출시된 리니지M은 첫날 접속자 210만명, 하루 매출 107억원 등 모바일 게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이후 한달 평균 매출 80억~90억원으로 안정화됐다.
지난해 4분기 출시된 리니지2M 역시 양대 앱스토어에서 사전 예약자 수 738만명을 달성, 국대 최다 기록을 썼다. 1분기 리니지2M 매출은 약 3411억원으로, 같은 기간 리니지M의 매출 2120억원을 한참 뛰어 넘었을 뿐 아니라 리니지M의 매출에 거의 타격을 주지 않아 놀라움을 자아냈다. 해당 분기 엔씨소프트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인 2414억원을 거뒀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1과 리니지2는 서로가 대체 불가능한 아예 다른 별개의 IP"라며 "2D를 활용해 복고적 느낌을 주는 리니지1과 달리 리니지2는 게임 전개 방식이 다르고 출시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접목한다는 아이덴티디 등에서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리니지 IP의 가치는 지금도 커지고 있다. 한 유명 유튜버는 리니지 시리즈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리니지가 유저들에게 주는 즐거움을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이야말로 리니지의 핵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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