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독당국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취급을 제한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하죠." 저축은행을 둘러싼 불합리한 규제에 관해 묻자 업계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답답한 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갔지만 감사하다는 말이 와닿지 않아 되물었다.저축은행은 PF 대출을 취급할 때 '자기자본 20% 룰'을 따른다. 당국은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PF 대출 대상을 총사업비의 20%를 자기자본으로 낼 수 있는 시행사로 한정했다.
규제에 손발이 묶인 틈을 최근 몇 년 새 P2P가 헤집고 들어왔다. 상당수 업체가 고위험 PF로 몸집을 불렸으나 정작 전문 심사인력은 없었다. 이는 부실화로 이어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저축은행은 이를 취급할 기회조차 없었으니 감사를 표한 건 뼈가 있는 '블랙 코미디'였다.
PF 규제가 답답한 이유도 단순히 한도가 20%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업자의 자기자본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가령 차주가 자기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기자본을 인정받겠다고 하면 그 가치를 공시지가로 볼지, 최근 매매가로 볼지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는 자기자본의 기준이 있는지 금감원에 몇 차례 물었으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현장 실무자들은 미래 사업성을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20% 룰을 맞출 수 있는지 알아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여기에 14일 당국이 예고한 감독규정 개정안에는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업권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연장선에서 동일인 여신한도나 영업구역 의무대출 비율도 남아있고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없던 규제도 만들었다. 대형화 자체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업권은 계속해서 성장해 저축은행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6월 말 총자산이 82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여수신 규모도 70조원에 육박한다. 오히려 당국의 일괄 규제는 양극화를 심화하는 데 일조했고 코로나19 시국에 잠재 리스크로 부상했다.
강력한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이제는 당국이 산업 측면에서 저축은행을 육성할 방안을 내놓을 때다. 그런데 M&A 규제 완화 등이 담긴 '저축은행 규제체계 합리화 방안' 발표는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2030년에도 대출 총량규제를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요"라는 저축은행 관계자의 농담이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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