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필로시스헬스케어, 주가 급등의 역설 'FI 오버행'전환권 행사로 발행주식 70% 증가…'액면가 조정' 차익 극대화
박창현 기자공개 2020-10-05 08:10:01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필로시스헬스케어 전환사채(CB) 투자자들에게 꽃길이 열렸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전환가를 한 참 밑돌던 주가가 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급등한 탓이다. 기회를 포착한 CB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하고 있다. CB 전환 물량이 기존 발행 주식 수와 맞먹는다.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이슈로 주가가 내려갈 법도 하지만 테마주 기대감에 시장에서 물량이 소화되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CB 투자자들에게 완벽한 자금회수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더욱이 투자자들은 과거 주가가 급락했을 때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받은 덕분에 투자 수익이 극대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올 들어 CB 전환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주가 급등 영향이 크다. 올 초까지만 해도 주가는 1400원 선에서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필로시스헬스케어 자회사가 국내 최초로 검체채취키트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검체채취키트는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의료용 면봉을 환자 코에 넣어 분비물을 채취, 특수용액에 담는 의료기기다.
이후 주가는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현재 7000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5배가량 가치가 오른 셈이다.
주가 급등 호재를 기다렸다는 듯이 CB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작년 5월 최인환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필로시스생명과학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최대주주 변경 후 발행된 CB만 37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옛 토필드 시절 찍어둔 물량도 200억원 넘게 쌓여 있었다.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자금줄이었다.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실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7회차부터 12회차까지 전환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 모든 CB 물량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크게 뛰면서 차익 실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전환권이 행사돼 발행된 신주 규모는 3296만여주가 넘는다. 이는 작년 말 기준 필로시스헬스케어의 발행주식총수(4508만여주)의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1년도 안 돼 발행주식수가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CB 투자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전환가격 조정 한도' 기준도 오버행 원인으로 꼽힌다. 통상 코스닥 기업은 CB를 발행할 때, 투자 안전판 차원에서 전환가를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이와 연동해 전환 가격을 낮춰주는 구조다. 통상 조정 한도는 30% 내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필로시스헬스케어는 토필드 시절 때부터 CB 전환가액 한도를 '액면가(500원)'로 설정해두고 있다. 이 조건에 따라 CB투자자는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전환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고의 카드를 쥔 덕분에 CB 투자자들은 최초 전환가액의 절반 수준에 보통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당장 9회차 CB의 경우, 최초 전환가액은 1766원이었지만 주가 하락 시기에 조정 조항이 발동되면서 983원까지 낮아졌다. 작년과 올해 발행된 CB의 전환가액도 이미 최대 38%까지 조정된 상태다.
싼 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열리자 CB 투자자들이 앞다퉈 전환권 행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7, 8, 10, 12회차는 이미 전액 전환이 끝났고 9, 11회차 또한 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쏟아지는 대량 물량에 주가가 내려갈 법도 하지만 이미 코로나 19 테마주로 부상한 탓에 보합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량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CB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 간에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상의 구도다. 차익 실현 물량을 시장에서 모두 소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버행 이슈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물량을 받아주면서 주가가 유지되고 있다"며 "CB 투자자들은 전환가액이 낮아진 상태에서 주가가 올랐고, 심지어 시장에서 물량까지 받아주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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