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정책 지원 효과 점검]SPV, 효과 성공적 중론…중복 지원은 한계채안펀드·차환지원프로그램 보완, 수요예측 흥행에 '힘'
이지혜 기자공개 2020-10-07 14:22:47
[편집자주]
코로나 19 사태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크게 개선되며 공모채 미매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방위적 정부 지원 정책이 '안전판' 노릇을 하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책 별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지원책의 자금 소진 현황을 점검하고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06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에 대한 호평이 적잖다. 공모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는 데 마중물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BBB급 등 저신용등급 발행사들의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한 점이 주효했다.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이나 채권시장안정펀드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지원범위는 넓어졌고 실탄도 늘어났다. 공모채 시장의 버팀목 노릇을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정책 중복 지적은 여전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비슷한 역할을 함으로써 수요예측에서 정책 지원금이 경합하는 듯한 양상까지 나왔다. AA급 회사채 시장은 상대적으로 크게 안정됐는데 AA급 공모채를 주로 지원한 점도 한계로 꼽혔다.
◇지원규모 3500억원대, ‘첫발뗐다’
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공모채 발행시장에서 지원한 자금은 약 3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10조원 규모로 조성돼 최대 20조원 규모로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점에 비하면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기업어음 매입분까지 고려하면 연말까지 약 8조원 이상의 매입여력이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예측 참여는 지원실적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신한금융투자와 본지 취재 결과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공모채 발행시장에 참여한 종목은 모두 17개, 78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종목이 15개, 인수단으로 참여한 종목은 대우건설과 두산 등 두 개다.
◇기존 제도 한계 보완, 수요예측 흥행 ‘힘’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활약을 놓고 증권업계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큰 물량으로, 낮은 금리에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되도록 낮은 금리로 입찰에 참여하려고 한다”며 “저신용등급 발행사를 위해 인수단에 참여하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공모채 발행시장에서 발행사를 돕는 방식은 두 가지다. AA급 이상 발행사는 채권시장안정펀드처럼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BBB급 발행사는 인수단에 참여해 미매각분을 우선 인수해준다. A급은 인수단에 참여해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참여하는 금리대와 금액이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개별민평 수익률과 같은 수준에 참여하는 사례도 적잖다. 넥센타이어나 대림에너지, 동원엔터프라이즈 등에서 참여금액도 모집금액의 60%에 이르기도 했다.
당초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매입금리가 개별민평 수익률에 최고 100bp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점에 비하면 대폭 완화한 것이다. 시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수요예측에서 개별민평 수익률 이상으로만 참여하기로 한 발 물러선 덕분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보다 훨씬 더 낮은 금리로 참여했고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보다 가동범위도 넓다”며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한 확장판”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AA급 이상 공모채를 대상으로만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금리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KDB산업은행은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은 공모채 차환분을 대상으로 최대 50%까지 지원했다. 이런 점에 비하면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사각지대를 크게 줄였다고 볼 수 있다.
◇AA급 쏠림, 정책 중복은 한계
그러나 그림자도 있다. AA급 등 우량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AA급 공모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금액은 모두 4800억원으로 전체 참여금액의 절반이 훌쩍 넘는다.
실제 AA급 공모채 매입에 쓰인 자금은 13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예측에 참여했지만 정부정책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 만큼 흥행하면서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물량을 배분받지 못했다.
더욱이 수요예측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동시에 참여해 경합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4월부터 AA급을 중심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크게 힘을 써왔다. 정부정책 자금이 이미 잘 되는 기업에게 중복적으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취지대로 A급 이하 공모채에 쓰인 자금은 2000억원대에 그친다. 이마저도 인수단으로 참여해 집행한 금액은 840억원 정도다. 심지어 인수단으로 참여해 미매각분이 발행할 경우 잔액 인수수수료로 수십bp를 떼어간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이미 AA급 시장은 정부 정책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회복됐는데 기업유동성지원기구까지 가세한 것”이라며 “여전히 BBB급이나 A- 공모채 시장은 휘청대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도 온기가 퍼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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