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완구 위기진단]수첩명가 양지사, 신사업 카드만 ‘만지작’④성장 정체 속 차입금 상환 압박, 부동산 매각으로 유동성 '숨통'
김선호 기자공개 2020-10-22 07:34:25
[편집자주]
문구·완구업계가 경기침체와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문구는 문서 자동화와 학령인구 축소, 완구는 저출산 등의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경쟁력 강화에 힘쓰며 위기 탈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더벨은 문구·완구업체의 위기와 성장 전략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6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첩과 다이어리제품 등을 생산하는 양지사는 지난해 서울사무소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문구시장의 침체로 본업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이제라도 신 사업 추진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양지사는 수첩과 다이어리 등 노트류 단일품목을 전문생산하는 국내 최대 업체다. 주문생산방식과 계획생산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7 대 3이다. 주문생산방식에서는 수출이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까지 이뤄내면서다.
1976년 개인사업체로 설립된 양지사는 1979년 법인사업체로 전환했다. 주력 사업인 수첩과 다이어리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상승시킨 덕분에 1996년 기업공개(IPO)를 이뤄냈다. 당시만 해도 문서 전산화가 진행돼 문구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수첩과 다이어리 제품 수요는 꾸준했다.
◇생산설비 증설 속 기대 이하의 성적
2018년까지 양지사는 생산설비를 확대해나갔다. 자동포장기, 제단기 트랜소맷, 쉬링크기, 양면인쇄기를 증설하는 가운데 ESS(에너지 저장장치 시스템)를 구축했다. 문구 시장이 침체됐지만 본업의 경쟁력으로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출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2017 회계연도(FY2017, 2017년 7월~2018년 6월) 매출은 48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 감소했다. FY2018에 소폭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FY2019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4% 감소했다. 수출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기프트몰에서 타격을 받으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내수 매출(법인영어, 시판영업 등)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수출에서의 타격을 상쇄하기는 힘들었다. 이외에 부동산 임대업에서도 FY2019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6% 감소한 6억원을 기록했다.
양지사로서는 더 이상 본업만으로는 정체된 성장을 이겨내기 힘든 모습이다. 조직에 E-Biz사업부를 만들어 온라인 유통채널을 강화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서울사무소 매각으로 거머쥔 ‘1700억’
양지사는 지난해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를 매각했다. 서울사무소는 이배구 양지사 회장이 1985년 금천구로 본사와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건립됐다. 사실상 35년 동안 국내에서 수첩과 다이어리 제품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온 곳이었다.
서울사무소를 매각하게 된 배경은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 현금성자산이 FY2018 5억원에 불과한 가운데 차입금 상환 압박이 커지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FY2018 양지사가 1년 내 상환해야 되는 단기차입금은 1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5% 증가했다.
양지사로서는 서울사무소 매각으로 1700억원을 거머쥐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실탄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양지사는 먼저 차입금을 상환하는 가운데 남은 금액을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지사의 FY2019 단기와 장기금융상품은 각 287억원, 1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36억원, 200만원에 불과했던 금융상품 규모에 비하면 급증한 모습이다.
본업에서는 실적이 악화됐지만 금융수익 등이 증가하면서 FY2019 당기순이익은 12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대폭 증가했다. 금융수익이 사업을 통해 올린 수익을 넘어서면서다. 이를 통해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다진 셈이다.
이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마련을 위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양지사 측은 신 사업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중으로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금융상품 투자로 수익을 올리면서 신 사업 카드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양지사 관계자는 “국내 인쇄업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된 수출은 최근 단가하락, 환율 급등락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수출시장 다각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신 사업은 검토 중인 단계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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