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에쓰오일의 '매'는 비상할 수 있을까 대형투자 앞두고 지지부진한 회복세, 늘어난 부채 부담

박기수 기자공개 2020-10-30 09:57:05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은 흔히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시장의 우려를 사며 사업을 시작하더니 결과적으로 '대박'을 낸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국내 정유사들 중 최초로 지었던 중질유 고도화 설비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시작했던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이 그 예다. 모두 제품을 생산할 때쯤 호황기가 찾아왔다.

그런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이라는 큰 도전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우선 1단계 프로젝트인 RUC(잔사유 고도화 시설)·ODC(올레핀 하류시설)는 약 5조원을 들여 완공했다.

관건은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2단계 프로젝트다. 2단계 프로젝트는 T2C2(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도입을 포함한 올레핀 시설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쏟는 자금도 1단계 프로젝트를 뛰어넘는 약 7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Shaheen'으로 아랍어로 '매'를 의미한다.

출처 : 에쓰오일 공식 홈페이지

2단계 프로젝트는 아직 타당성 검토 중이다. 아직 사업을 시작할 지 말지 결정이 안됐다는 의미다. 이 타당성 검토 이야기가 나온 것도 벌써 2년이 지났다.

2년째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역시 투자 결정의 걸림돌이다. 인력 이동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진짜 걸림돌은 최근 실적과 재무적 상태에 있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줄어듦과 함께 올 초 발생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유가 전쟁'으로 에쓰오일을 비롯한 국내 정유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해 수익성이 내리꽂히다 못해 적자로 돌아섰다. 에쓰오일의 경우 올해 1분기가 절정이었다. 1분기 영업손실로 무려 1조7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역시 164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점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적자 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부정적이다. 28일 3분기 실적발표회를 개최한 에쓰오일에 따르면, 3분기 매출과 영업손익으로 각각 3조8992억원, -93억원을 기록했다.

2단계 투자 결정에 핵심적인 해가 될 수 있는 올해 초대형 악재를 맞이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한 상황이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40% 미만이었던 순차입금비율은 올해 3분기 말 110%까지 치솟았다. 3분기 말 순차입금은 6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최근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Aramco)가 인도네시아 현지 정유공장 투자를 철회하기로 하는 등 보수적 경영 기조를 보이자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2단계 프로젝트도 비슷한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아직 여유롭다는 입장이다.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에쓰오일은 "아람코에서 일부 대형 플랜트들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는 내용들은 정말 가까운 미래에 계획된 것을 연기한 것"이라면서 "에쓰오일의 2단계 프로젝트는 아람코의 전략적 방향과 일치하고, 투자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2023년이기 때문에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도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에쓰오일은 "프로젝트 비용에 대한 감축 노력을 하고 있어서 투자 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약한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의 총 크레딧 라인(Credit Line) 46억 달러 중 아직 26억 달러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밝힌 투자 결정 시점은 2021년이다. '매'를 띄울 지 말지 결정할 시점이 코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실적 회복 추세와 아람코의 의지가 투자의 핵심 결정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