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동 STX조선해양, 현장선 자구노력 지속 순환휴직으로 고정비 절감…수주·R&D에도 지속 투자
창원(경남)=최익환 공개 2020-11-04 10:03:0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본사 앞 입구에서는 다소 한산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출근시간이 다소 지난데다 순환휴직으로 조선소 인력의 상당수가 출근하지 않은 터였다. 평소와 같으면 꽉 들어차 있어야 할 주차장에도 빈자리가 군데군데 보였다. 주 출입문인 정문을 오가는 차량 역시 기자재를 실은 트럭 몇 대에 불과했다. 가동을 멈춰 하단 케이블이 묶인 크레인도 여러 대였다.매각작업에 시동을 건 STX조선해양은 최근 순환휴직 등을 통한 고정비 절감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에 돌입한 뒤 가장 큰 규모의 인력조정이다. 초대형선 위주로 선박신조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중형선을 전문으로 건조해온 STX조선해양은 수주잔고의 부족으로 인해 향후 수 개월 간 일시적으로 일부 야드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으려는 회사의 노력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현재 순환휴직 중인 근로자들에게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근로를 지원하고 있고, 수주작업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장 예비적 우선매수권자인 연합자산관리-KHI 컨소시엄 외에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감지되는 분위기다.
현재 STX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배는 총 5척이다. 이미 두 척은 선행작업이 완료되어 의장 등 후행작업만을 남겨둔 상황이고, 나머지 세 척 역시 블록을 불이고 엔진을 다는 등 선행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야드의 시작점에는 새로 건조중인 PC선의 거주부 의장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만 철판을 절단-가공-조립해 블록을 제조하는 선각공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 감지됐다. 이따금씩 선각공장 바깥에서 진행되는 부자재 절단작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력들이 의장공장과 바깥 야드에서 비계에 올라 용접과 연삭(다듬질)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건조중인 선박은 내년 3월까지 선주에게 인도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경우 선행작업에서 후행작업까지 물량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선소의 특성을 고려하면, 일부 공장의 한산한 모습은 STX조선해양이 겪고 있는 보릿고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올해 수주한 선박들의 설계와 엔진발주 등에 다소 시간이 필요한 터라 내년 3월까지는 일부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내년 봄 이후 STX조선해양은 생산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내년 3월이나 4월부터 선행공장부터 생산이 정상화되면 오는 2022년 상반기까지의 생산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7척의 수주잔고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추가 수주를 위한 작업도 지속되고 있다. 수주와 동시에 설계를 시작하는 등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고통분담 역시 진행되고 있다. 현재 STX조선해양은 노사 합의를 거쳐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월 파업 종료 당시 노사는 올해 연말부터 일부 수주잔고의 부족이 이어진다는 점에 공감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일시적 인력조정을 진행키로 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근로자들에게 공공근로를 지원하는 등 생계대책도 마련됐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릿고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올 겨울 노사 합의에 따른 순환휴직 등 고정비 절감을 통해 버티면 내년부터는 꾸준히 생산이 이어지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실적반등 기대감 고조…수주·R&D에 총력
현재 STX조선해양은 7척의 수주잔량 이외에 5척의 건조의향서(LOI)도 확보한 상황이다. 선수금환급보증(RG)의 발급이 가시화되면 LOI가 체결된 5척의 선박 역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속에서 중형조선사들의 수주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STX조선해양이 선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확보한 5척의 LOI 외 선주사들과 현재 추가 발주를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수주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미팅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3605억원·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해 자율협약 진입 이후 첫 영업흑자를 기록한 STX조선해양은 올해에도 소폭의 영업흑자가 예상된다. 수주잔고의 부족을 고정비 절감으로 상쇄한 덕에 재무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선방했다. 수주작업이 탄력을 받을 경우 매출증대를 통한 지속적인 흑자기조 유지가 예상된다.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STX조선해양은 7천500㎥급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선박을 개발했다. LNG벙커링선은 바다에서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특수선으로, 영하 163도에서 LNG를 저장하는 기술과 액화연료를 기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인 PC선을 주력 선종으로 영위해온 STX조선해양이 벙커링선 등으로 선종을 다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스크러버(탈황장비) 부착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등 해양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PC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STX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EY한영을 매각주관사로 선임해 회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거래대상은 주채권은행 산업은행(35.26%)을 포함해 △수출입은행(19.66%) △농협은행(16.53%) △우리은행(7.99%) 등 채권단이 보유한 STX조선해양 보통주다.
앞서 예비적 우선매수권자(스토킹호스)로 등장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조만간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매도자와 원매자 양측의 의견접근이 이뤄진 뒤로 MOU 문안이 오고가는 중으로,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MOU 체결과 사전실사기회가 부여될 전망이다.
스토킹호스가 들어선 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스토킹호스 방식의 입찰은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매수권자를 확보한 뒤 공개경쟁입찰을 거치는 방식이다. 높은 가격을 쓴 원매자가 우선협상자격을 확보할 수 있으나 우선매수권자는 입찰이 끝난 후 한번 더 가격을 올려 인수를 확정지을 수 있다.
그동안 △사원아파트 △행암공장 △STX프랑스 일부 지분 등 비핵심자산을 모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해온 회사의 자구노력이 이번 매각을 통해 빛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계획대로 지난해 비핵심자산 매각작업이 대부분 종료된데다, 최근 일부 수주를 확보하는 등 개선세가 두드러져 새로운 원매자들의 등장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 임직원들 사이에선 새 주인 찾기에 기대를 거는 모습도 엿보인다”며 “그동안 비핵심자산 매각과 순환휴직 등으로 어려움을 나눠온 상황에서 이번엔 결실을 맺어야한다는 생각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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