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빅3' 진입 가시화…빅딜마다 달라진 입지" [thebell interview]심재송 KB증권 ECM본부장
양정우 기자공개 2020-11-10 10:41:32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KB증권을 '핫'한 하우스로 주목하는 건 '빅딜' 한두 개를 따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흥행 잭팟을 터뜨린 딜 몇 건으로 두둑한 수수료를 챙겨서도 아니다. 시장이 들썩인 대형 딜마다 성과를 이어가자 위협적 저력을 엿봤다고 보는 게 맞다.달라진 면모를 드러낸 행보의 시작은 위기감이었다. 통합 KB증권의 출범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유독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IB 파트에선 IPO 역량을 다지고자 머리를 맞댔고 수년 뒤를 내다보며 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때부터 ECM본부를 거쳐간 이들의 수고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덩달아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는 심재송 ECM본부장(사진)이다. 공적을 셈하는 게 값어치가 적다고 해도 조직의 공과 실이란 무게는 수장의 어깨 위에 놓여있는 법이다. 어느덧 리더 자리가 익숙해진 2년차 본부장이지만 포부를 밝히는 모습은 의욕이 넘치는 일선 IB와 다르지 않았다.
◇ 카카오페이·원스토어 등 빅딜 수임
심재송 본부장은 "KB증권이 내년 IPO 주관 실적으로 '빅3' 하우스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선두를 유지하는 부채자본시장(DCM) 사업처럼 ECM 파트를 탑티어의 반열에 올리는 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IPO 시장은 이미 빅3의 구도가 굳어져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선두권을 차지하며 메이저 3사로 불리고 있다. 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제안서의 짜임새 못지 않게 트랙레코드가 중시된다. 과거 실적이 상위권인 증권사는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서 주관 경쟁을 벌인다. 이렇게 선순환 흐름을 보이는 터라 이 구도를 깨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심 본부장은 막강한 빅3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게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그는 "단지 빅딜 1~2건을 수임해 자신감을 갖는 게 아니다"며 "내년 상장에 나설 카카오페이, 원스토어 등 조 단위 딜과 대어급 IPO를 소화하면 새로운 '빅3' 구도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내내 이어진 KB증권의 기세몰이에 마침표를 찍은 건 카카오페이의 IPO였다. 상장 밸류로 최대 10조원이 거론되는 초대형 딜에 가장 먼저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그 뒤 국내외 대형사도 주관사단에 합류했으나 카카오페이가 가장 신임한 하우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대표적 업적인 원스토어(SK텔레콤 계열) 딜도 쟁쟁한 경쟁사를 제친 결과였다.
내년 실적 목표를 짜면서 모든 딜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 IPO 본부는 없다. 에쿼티의 한계를 드러내는 증시의 변동성, 끊임없이 불거지는 상장예비기업의 돌발 이슈. IPO의 완주는 주관사의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B증권이 내년 성과를 낙관하는 건 공식 행보에 나선 딜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지, SK매직, 호반건설 등 빅딜 여럿을 쥔 덕이다.
◇'전문 영역 노하우+그룹 계열 시너지' 강점
오랜 업력을 다진 IPO 터줏대감과 어깨를 견주기 시작한 비결은 무엇일까. 심 본부장은 선전의 이유를 '팀별 섹터 전문화'와 'KB금융그룹 시너지' 두 가지로 요약했다.
KB증권은 3부 체제로 ECM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1부는 IT 하드웨어, 2부는 바이오헬스케어, 3부는 IT 서비스 섹터를 각각 전문 영역으로 맡고 있다. 물론 각 부서에선 다른 영역의 IPO도 주도적으로 주관하고 있으나 공략을 집중할 전담 분야를 설정했다. 이들 부서에서 각종 딜을 거치면서 주력 산업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원스토어의 대표 주관을 따낸 게 대표 사례로 꼽힌다. 모두 3부에서 거둔 성과다. 이미 카카오페이지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터라 카카오의 '테크핀' 비즈니스를 오랜 기간 분석해 왔다. 심도깊은 에쿼티 스토리와 밸류에이션의 큰 그림을 내놓은 배경이다.
원스토어 딜에서도 착실하게 쌓아온 콘텐츠 산업의 데이터로 미래 방향을 제시한 게 주효했다. IB업계에선 원스토어의 주관사 선정 과정이 일단락된 후에도 KB증권이 받은 호평이 입소문을 탔다. 그간 대기업 딜을 수임한 트랙레코드는 대형사에 뒤처졌지만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PT)만으로 판도를 뒤집었다.
금융그룹이란 거대 집단에 속한 건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KB증권은 KB금융그룹과 계열사 상장에 나선 그룹사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연결고리일 뿐 아니라 중소 IPO 기업의 전방위 조달을 뒷받침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해 금융 계열이 없는 증권사보다 훨씬 유리한 여건이다.
◇영업 전략 '니즈 공략'…베스트 하우스 정조준
심재송 본부장은 본래 DCM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옛 제일은행 계열인 일은증권에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뗐고 주로 채권 운용과 인수 업무로 업력을 다졌다. 옛 K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누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10여 년 넘게 대기업 커버리지를 담당했다. 이후 자산유동화와 SME 파트를 이끈 뒤 ECM본부장으로 선임됐다.
회사채 발행이 전공 분야이지만 ECM과 IPO 영역이 낯설지는 않다. 일은증권에서 말단 직원 시절 6년 가까이 애널리스트 업무를 맡았던 덕분이다. 섹터와 볼륨을 불문하고 기업 분석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IB맨'으로서 역량이 판가름되는 영업도 본질은 똑같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물론 DCM과 ECM 업무에서 영업은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 DCM이 장기간 릴레이션십을 벌이는 관계 영업이라면 ECM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제안 영업이다. 하지만 총론에선 두 영업 모두 고객의 니즈를 꿰뚫어야 한다는 지점에서 맞닿아있다.
심 본부장은 "IPO 시장에서 빅3 하우스로 안착하는 건 1차 과제"라며 "통합 KB증권의 출범으로 ECM의 기틀을 잡은 후 속도감있게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리더십을 지닌 베스트 하우스로 거듭나는 게 종국적으로 도달해야 할 페이즈(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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