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 영입' 넥슨, 디즈니 행보 따라가나 '21세기폭스 딜 주도' 케빈 메이어 전 CEO, 사외이사 선임…1.8조 투자금 활용 예정
서하나 기자공개 2020-11-10 08:26:4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이 월트디즈니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적극적인 M&A로 콘텐츠 공룡이 된 디즈니의 행보를 답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이미 약 1조8000억원을 글로벌 IP 엔터테인먼트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처럼 게임사가 아닌 포괄적인 콘텐츠 중심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넥슨은 9일 신임 사외이사로 케빈 메이어 전 틱톡 최고경영자(CEO·사진)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메이어 이사의 직전 거처는 세계 최대 쇼트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대표(CEO) 및 계열사 바이댄스의 최고운영책임(COO)이었다. 다만 취임 3개월만인 8월 사임했다.
대신 그의 경력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기업은 바로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다. 디즈니는 김정주 회장이 가장 사랑하면서 늘 닮고 싶어 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메이어 이사는 디즈니를 글로벌 콘텐츠 공룡으로 키워낸 주역이다. 픽사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 굵직한 콘텐츠 기업 M&A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3년 디즈니 전략기획부에 입사했다. 단 5년 만인 1998년 디즈니의 인터넷 사업을 총괄하는 전략기획 수석 부사장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2000년 플레이보이의 온라인 자회사 플레이보이닷컴 대표(CEO)로 잠시 디즈니를 떠나기도 했지만, 다시 복귀하면서 M&A 전략가로 투입됐다. 2006년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제작사 픽사 스튜디오, 2009년 슈퍼 히어로 IP의 대가인 마블 스튜디오 인수에도 참여했다. 2012년 영화 스타워즈 제작사 루카스필름과 디즈니의 OTT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IT기업 밤테크 인수도 이끌었다.
2018년에는 약 80조원(713억달러) 규모의 21세기폭스 영화·TV 사업 부문 인수를 이뤄냈다. 당시 전 세계 언론들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과 함께 이 딜을 주도한 인물인 메이어 이사를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후 디즈니의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이자 DTCI(Direct-to-Consumer &International) 부문 대표로서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Hulu) 등 신규 서비스 출시와 글로벌 채널 운영을 총괄했다.
메이어 이사는 콘텐츠 공급자였던 디즈니를 단숨에 OTT 플랫폼 강자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수차례의 M&A를 거쳐 탄생한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뒤 8월까지 전 세계 16개국 6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가입자 수 1억9000만명을 보유한 OTT 플랫폼 최강자인 넷플릭스를 바짝 따라잡는 성장세다.
넥슨의 이번 영입은 M&A를 통해 콘텐츠 분야 강자로 발돋움한 디즈니의 투자 노하우를 따라가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미 넥슨은 글로벌 IP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두 차례 걸쳐 약 1조4961억원을 차입하면서 보유 현금도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불린 상태다.
넥슨이 게임이 아닌 콘텐츠 분야에 발을 뻗을 가능성도 높다. 엔터테인먼트란 표현에서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IP 확보가 가능한 모든 콘텐츠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한다. 애초에 넥슨의 투자 대상이 디즈니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이번 메이어 이사의 영입으로 오히려 직접 디즈니에 투자할 가능성보다는 디즈니의 전략을 차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가 M&A를 통해 콘텐츠 공급자에서 OTT 플레이어로 변신한 것처럼 콘텐츠 기업 투자를 활용해 글로벌 IP 확보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라고 파악했다.
넥슨 이사회는 지난해 이도화 이사가 떠난 지 약 1년 만에 다시 7명으로 늘어난다. 오웬 마호니 대표(CEO), 시로 우에무라(Shiro Uemura) 최고재무책임(CFO), 패트릭 쇠더룬드 엠바크 스튜디오 대표(CEO), 이홍우 이사 등 사내이사 4명과 사토시 혼다·쿠니야 시로 감사, 케빈 메이어 이사 등 사외이사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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