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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더 빛난 '중부발전 SRI채권' [thebell note]

이지혜 기자공개 2020-11-12 14:01:3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결과가 좋아야 과정이 조명을 받았다. 결과가 나쁘면 과정이야 어떻든 외면받는 사례가 대다수다. 조달비용을 줄였느냐는 결과론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여겨졌다.

SRI채권은 국내 채권시장의 풍토에서 도전적인 화두다. 발행과정의 진정성이 강조된다. 전세계적 흐름에 따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발행사도 투자자도 난감해하는 눈치다.

발행사 입장에서 SRI채권은 사전검증을 포함해 조달비용은 더 들지만 금리 메리트는 없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금리 메리트도 없고 자금이 계획대로 쓰였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 발행사의 입만 바라봐야 해서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한국중부발전의 SRI채권은 의미가 크다. 결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뒀다. 일괄신고제로 비교적 편리하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도 수요예측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다양한 투자자에게 SRI채권의 진정성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신용등급이 AAA로 우량하다지만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을 진행하면 일괄신고제를 활용할 때보다 발행기간이 늘어나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SRI채권을 놓고 시장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사전검증뿐 아니라 발행 이후 사후보고까지 외부기관에서 검증받기로 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SRI채권 시장이 개화한지 약 3년만이다.

투자자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SRI채권 발행사는 조달한 자금을 다 쓸 때까지 해마다 사후보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해진 양식도 없고 외부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규제도 없어 발행사가 ‘알아서’ 제출해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후보고 시점이 늦어지거나 내용이 부실한 사례도 있었다. 투자자의 불만이 생긴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국중부발전은 자금을 소진할 때까지 1년마다 사후보고를 발표해 한국신용평가에서 검증을 받는다. 계획대로 자금이 쓰였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르면 내년 7~8월 사후보고의 외부검증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SRI는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사회책임투자의 약자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 외에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SRI채권은 기업의 윤리성이 강조돼 탄생한 만큼 금리나 비용, 조달규모같은 결과만으로 발행의 성공여부를 따질 수 없다.

발행과정의 진정성과 발행 이후의 윤리성이 성패를 가늠할 진짜 잣대다. 한국중부발전의 SRI채권 발행과정이 결과보다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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