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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산은, 한진칼 사외이사 3자리 요구기존 11명에서 최소 14명으로, 3자연합 반발 가능성 '고조'

유수진 기자공개 2020-11-18 09:01:17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이사회가 최소 14명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사외이사 자리 3개를 보장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진칼 지분이 전무한 산업은행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단숨에 3대주주가 되는 동시에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다.

이사 수가 늘어나면 이해관계에 따른 역학관계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 조원태 회장 측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산업은행 추천 인물들이 추가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완전히 배제된 이사회에 3대주주인 산업은행 측 인사들이 너무 손쉽게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산업은행이 지명하는 후보 3명을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의 추천을 받은 감사위원회 위원 등도 선임한다. 한진칼과 산업은행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투자합의서에 명시된 한진칼의 의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양측이 도장을 찍은 합의서에는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는 한진칼이 지켜야 하는 일곱 가지 의무가 명시돼 있다.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대한항공 주식 등에 대한 담보 제공, 처분 제한 등이다. 이를 위반할 시 5000억원의 위약벌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해당 계약으로 조 회장과 산업은행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실상 한 배를 탔다. 전날 '일방에만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던 산업은행 측 설명이 하루만에 공염불이 된 셈이다. 조 회장과 계약을 체결한 산업은행은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추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 조 회장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연내 유상증자 참여로 3대주주 지위에 오른 뒤 후보를 추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측 인사의 진입이 확정되며 한진칼 이사회는 기존 11명에서 최소 14명으로 덩치가 커진다.

한진칼 정관상 사외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한이 정해져있지만 상한선은 없다.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 발행주식총수 4분의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일반결의 사안이어서 조 회장 측 우호지분과 산업은행의 지분으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

한진칼 관계자는 "연내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산업은행이 주요주주가 된다"며 "빠르면 내년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사들이 합류하면 이사회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이 이사 선임을 요구한 배경 자체가 조 회장의 경영활동에 대한 견제 및 관리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사회 산하에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이사회는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까지도 모두 조 회장에 우호적인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사 신규 선임시 이사회가 너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4명이면 재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기존 이사가 불가피하게 사임하지 않는 한 한진칼은 최대한 이사 수를 그대로 유지하려 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빅딜'로 산업은행과 손을 잡았지만 향후 모든 사안에서 의견일치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이사들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선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현재 이사들은 모두 작년과 올해 주총에서 선임돼 다들 임기가 1년 이상씩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3자연합이 단 한 자리도 얻지 못한 이사회 의석을 산업은행이 너무 쉽게 얻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자연합은 올 2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주총 당일 표대결에서 밀려 이사회 진입에는 실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주주의 목소리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지분율에 걸맞는 역할도 부여돼야 하는데 현재 한진칼은 그렇지 않다"며 "3자연합 입장에서는 이번 한진그룹-산업은행간 투자계약에 반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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