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 명암]한은법과 충돌, 청산기관 주도권 갈등 점화'한은 vs 금융위' 다툼, 법제처 조정 필요…디지털금융협의회 위상↑
이장준 기자공개 2020-12-02 07:46:10
[편집자주]
금융당국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해왔고 이들의 규제를 더 완화해줄 개정안이다. 전통 금융사들은 논의에서 배제돼 있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있다.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금융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또 남겨진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1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지급결제 청산업무를 총괄한다며 반발한다. 금융위도 라이선스를 신설하고 발급하는 주체로서 직접 관리할 의무가 있어 물러서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그간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간 갈등이 주축이 됐으나 양 기관 간 주도권 싸움도 만만치 않은 양상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약 일주일 전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과도 상충해 법제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종합지급결제업,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등 신규 라이선스 도입을 비롯해 대금결제업자의 소액 후불결제 허용 등 내용이 담겼다. 기존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라이선스 취득 가능 대상이나 한도 제한 등 디테일하고 민감한 사안은 산하 법령으로 공을 넘겼다. 자문기구에서 법정기구로 위상이 올라갈 디지털금융협의회 논의 결과에 따라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전금법 개정안 발의…시행령에 쏠린 눈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내놓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윤 의원 측은 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를 통해 "금융권과 핀테크업권, 유관 기관 등 주요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해당 부처인 금융위와 법안 내용을 검토, 조율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가 7월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주요 내용이 거의 그대로 포함됐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소액 후불결제 허용 △업종 개편 및 진입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이슈들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지급결제업은 은행업의 일부로 볼 수 있어 은행법이 아닌 전금법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다"며 "핀테크의 혁신금융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진출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부분은 산하 시행령, 시행규칙 및 감독규정에서 결정된다. 가령 1인(사업자)당 후불결제 한도 등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1인당 한도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수준인 30만원으로 기 발표했으나 추후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마이페이먼트 등 전자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 요구 자본금도 구체적인 금액은 대통령령에 위임토록 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1년 정도 경과 규정이 있어 시행령을 만들 시간은 충분해 보인다"며 "실질적인 디테일에 따라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금융협의회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디지털금융협의회는 9월 대형 플랫폼기업과 기존 금융사 간 공정경쟁 기반, 데이터 공유범위 등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했다. 금융권, 빅테크·핀테크, 전문가, 노조 등 각계 관계자가 균형 있게 구성됐다.
오는 3일에는 5차 디지털금융협의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후 처음이다. 법적 근거가 만들어질 예정인 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금융협의회는 단순 자문기구에서 법정기구로 위상이 올라간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디지털금융협의회가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청산업무 담당하는 금결원 놓고 기관 간 '정답 없는' 마찰
그런데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후 신설되는 종합지급결제업으로 인해 불똥이 엄한 데로 튀었다. 현재는 은행만 가능하지만 종합지급결제업이 열리면 직접 계좌를 발급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때 금융결제망에 참여해 이체와 결제를 수행한다.
은행 간 소액 지급결제 인프라인 금융공동망을 운영하는 건 금융결제원(금결원) 소관이다. 한은은 그동안 직접 영향권을 행사해온 금결원을 금융위 산하에 두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반발했다.
실제 전금법 개정안에는 빅테크에 대한 청산 기관을 통한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고, 청산 기관 중 하나로 금결원을 명시했다. 아울러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자에 대한 허가·감독을 비롯해 자료 제출 요구, 검사 권한은 금융위가 갖도록 했다.
한은은 소액과 거액을 구분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지급결제 관련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소액결제만 금융결제원에 위탁했을 뿐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데 금융위가 이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도 물러서기는 곤란한 입장이다. 우선 금융위는 종합지급결제업이라는 신사업 라이선스를 내준 주체이다. 빅테크가 계좌 개설을 하면서 소액결제망에 참여하는 만큼 관리·감독 업무에 대한 의무도 생긴다고 본다.
한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앞선 지난달 22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한국은행이 지급결제제도에 관한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자료제출권, 시정요구권 등을 통해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제는 두 기관 간 주도권 다툼이 국회로 넘어간 양상이다. 윤 의원과 양 의원은 둘 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소속된 위원회가 각각 정무위와 재정위로 다르다. 두 발의안 모두 통과될 경우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법제처가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실 해외 사례를 봐도 종합지급결제업을 도입했을 때 청산업 권한을 중앙은행과 당국 중 어느 곳이 맡아야 하는지 뾰족한 정답은 없다. 일본의 경우 소액 지불결제 리테일 부문만 따로 빼내 관리한다. 반대로 호주에서는 중앙은행이 인허가부터 관리까지 전부 관장하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민간 부문에서 지급결제망을 운영하는 등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라며 "새로운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만큼 중앙은행이 반드시 총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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