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막내린 청보산업 '3세 경영' [오너십 시프트]②안상욱 대표 일가, 189억에 지분 24.59% 처분
김형락 기자공개 2020-12-14 08:58:23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0년 넘게 가업을 이어온 청보산업 오너 일가가 경영권 지분을 처분한다. 자동차 미션(변속기)·엔진 부품 한우물을 팠지만, 성장 정체에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창업주부터 이어진 3세 경영체제도 안상욱 청보산업 대표이사에서 막을 내린다. 안 대표 일가는 지분 25%가량을 189억원에 매각했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 2일 그로우스앤밸류 13호투자조합에게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안 대표가 보유한 청보산업 지분 12.98%(보통주 106만1711주)를 약 106억원에 넘긴다. 1주당 거래금액은 1만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11%(지난 1일 종가 9020원 기준)가 반영된 가격이다.
오너 일가가 한꺼번에 지분을 정리한다. 최대주주인 안 대표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는 친인척까지 포함한 지분은 24.59%(보통주 201만1120주)다. 내년 1월 잔금이 들어오면 현금 189억원을 손에 넣는다.
안 대표는 200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청보산업 경영을 이끌었다. 안 대표는 3세 경영인이다. 창업주 고(故) 안희점 청보산업 회장→아들 안정균 청보산업 감사→손자 안 대표로 이어지는 계보다. 오랜 매출 정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했다.
청보산업은 미션·엔진 부품 제조업체다. 주력제품은 태핏(Tappet, 엔진에서 흡기와 배기 밸브를 여닫는 부품을 움직이는 기능), 하우징(Housing, 엔진 체인시스템 장력 조절장치)이다. 올 3분기 기준 태핏과 하우징 매출 비중은 각각 35%(39억원), 23%(25억원)다. 주요 거래처는 다임러, 두산인프라코어, GM, 보그워너 등이다.
안 대표 취임 초기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경영 운전대를 잡은 첫해(2004년) 12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0년 228억원으로 뛰었다. 매출을 200억원대로 키웠지만 추가 성장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2011~2019년 매출은 200억~250억원 오르내리며 정체구간에 빠졌다.
자동차 부품 단일 사업을 가지고 추가 매출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다. 청보산업은 완성차 업체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생산계획은 전적으로 고객 차종별 연간 조립계획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게이지 피스(Engage Piece, 수동변속기 부품), 베어링 저널(Bearing Juornal, 기어의 고속회전을 엔진 블록에 고정해 원활하게 유지하는 기능) 등을 개발해 매출 품목을 넓혔지만, 기존 품목의 매출 감소를 만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11년부터 수익성 지표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1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2억원, 9%를 기록했다. 점차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들다 2017년에는 영업손실 2억원을 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영업이익 1억원, 2억원을 기록해 흑자기조를 지키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역성장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기 둔화세, 글로벌 수요 감소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자동차 부품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113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17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6월 약 47억원을 투자해 3공장(토지 1833.6㎡, 건물 1473.32㎡)까지 매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년 1월 경영권 지분 거래가 마무리되면 청보산업의 가업 승계도 3대에서 끝난다. 안희점 회장은 1978년 청보산업을 설립했다. 대우자동차(현 GM KOREA) 부품 납품업체로 성장해 1993년 코스닥 시장 상장까지 이뤘다.
안 회장은 일찌감치 손자를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짰다. 2003년 안 대표에게 보통주 10만주(당시 지분 3.31%)를 증여해 지배력 발판을 만들어줬다. 5% 아래였던 안 대표 지분은 7.89%(보통주 23만8446주)로 늘었다. 안 대표는 보성산업 기술개발실(1992년 8월~1994년 10월), 양지원공구 기술과(1995년 3월~1997년 3월)를 거쳐 1997년 5월 청보산업에 합류했다.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까지 기술연구소·영업부 이사 등을 지냈다.
안 대표는 2017년 11월 최대주주에 올라 지배구조 정점에 섰다. 장내매수와 2회차 사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워런트)를 활용해 지분을 11.15%(보통주 69만1711주)까지 확대했다. 지난 4월 할머니 박순이 청보산업 전 회장으로부터 보통주 22만주(지분 2.68%) 증여받아 현재 지분(12.98%)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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