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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불모지 유통업계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20-12-14 08:01:2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대형마트 한 점포에서 일어난 '예비 안내견 출입거부' 사건이 공분을 샀다. 불매운동까지 점화 될 처지에 놓였다. 강아지가 불쌍하다, 손님에게 무례했다 등 개개인의 감정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안내견은 물론 장애인법에 대한 무지를 여과없이 드러낸 사례로 회자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평가한 2020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결과 통합 등급으로 A+ 이상을 받은 16개 기업 가운데 유통기업은 풀무원 한곳에 불과했다. 세부항목인 환경과 지배구조 평가에서 A+ 이상을 받은 유통기업은 단 한곳도 없었다.

ESG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단순 사회적 비난으로 그치는 게 아닌 기업 펀더멘탈을 흔드는 리스크로 부각된다. 공장폐수나 노동착취 정도에 불과했던 ESG 이슈는 주주정책, 갑질, 젠더문제 등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처음 ESG가 화두로 떠오를 당시 거세게 반발했던 재계도 서서히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작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를 경영철학 전면에 내세우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소비자와 가장 맞닿아 있는 유통업계는 ESG 불모지나 다름없다.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GS리테일, 롯데하이마트 등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유통업계 갑질사건이나 불공정거래 이슈는 이제 무감각해 질 정도다. 여전히 지배구조는 불투명 하고 이사회는 구색만 갖췄을 뿐 오너 사유화에 불과하다.

내수가 중심인 유통업계 특성상 카운터 파트(counterpart)가 다 거기서 거기고 몇몇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보수적 관행'이 이어진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중요하게 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이미 소비자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쉽게 외면받긴 어렵다는 자신감도 있다.

주주들을 위한 그 흔한 IR자료 하나 내지 않는 유통사가 수두룩 한데 ESG를 신경쓸리 만무하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중후장대 기업들은 이미 선진시장의 관행을 답습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왜 달라져야 하는지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물론 유통업계가 유달리 갑질 등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이슈에 자주 등장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비도덕적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객관적인 지표로만 따져봐도 유독 ESG 이슈에 무지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거나 소상공인에게 몇억원을 지원했다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ESG의 원칙을 준수했다고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ESG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내수가 근간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영리해진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상품만이 아닌 이미지도 함께 소비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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