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트루윈, 100% 콜옵션 설정 배경은이화전기 FI 참여, 지배력 방어 목적…지난해 매각 시도 탓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임경섭 기자공개 2020-12-15 08:07:40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용 센서업체 '트루윈'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이례적으로 100% 콜옵션을 설정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루윈 측은 지분율 20% 수준으로 하락한 남용현 대표의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남 대표가 회사 매각을 시도했던 만큼 향후 경영권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트루윈은 최근 120억원 규모 12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은 ‘이스페이스 인베스텍’으로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1년 12월부터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며 전환가액은 3740원이다.
이스페이스 인베스텍은 이화전기공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올해 9월 설립됐고, 최근 트루윈의 CB를 인수하기 위해 이화전기공업은 이스페이스 인베스텍의 2회차 CB 120억원을 취득해 투자자금을 지원했다.
트루윈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며 "적외선 카메라 사업 등 내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던 중 이화전기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12회차 CB 발행금액 100%에 콜옵션이 설정된 점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CB를 조달할 때 통상 30% 안팎으로 콜옵션이 설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발행가액 3740원을 기준으로 320만8556주(20.86%)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다. 70%까지 전환가액이 조정되면 최대 458만3652주(37.7%)까지 확대될 수 있다.
트루윈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현재 20% 수준으로 낮아 (지배력) 방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콜옵션을 행사할 생각이 있고, 1년 뒤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용현 대표는 현재 트루윈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통주 257만7876주(21.2%)를 보유하고 있고 신주인수권을 통해 추가로 80만8921주를 확보할 수 있다. 이어 2대주주로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이 2016년부터 2년여간 매입을 지속해 8.56%를 확보했다.
100% 콜옵션이 설정된 탓에 대주주는 단숨에 지배력 강화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남 대표가 보유한 분리형 BW와 12회차 CB의 권리를 행사하면 지분율은 대폭 상승한다.
이번 자금 조달은 9회차 CB 상환에 대비한 성격으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우수AMS에 발행한 60억원의 조기상환 청구가 이달 23일부터 가능해지는 탓이다. 양 사간 합의에 따라 리픽싱 시작 시점을 발행 1년 뒤인 23일부터 설정했다. 하지만 발행가액이 6237원으로 높았던 탓에 리픽싱 한도인 70%까지 조정돼도 4366원으로 최근 주가를 웃돌게 된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남 대표가 지난해 트루윈 매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콜옵션 행사 권리를 제3자에게 넘길 경우 단숨에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탓이다. 리픽싱에 따라 남 대표의 지분율을 능가할 수도 있어 경영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남 대표는 지난해 트루윈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지난해 8월 보유 주식 대부분인 227만4000주와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캡스톤인베스트와 다모아투자조합, 에스씨트래픽, 씨피피코리아에게 258억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금 40억원이 지급 완료된 상태에서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이와 관련 트루윈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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