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경영' 강남제비스코, R&D 승부수 통할까 업황 탓 영업익 감소에도 연구개발비 늘려…탄탄한 재무안정성 뒷받침
이우찬 기자공개 2020-12-24 13:43:05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남제비스코가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페인트업계에 드리운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감소세지만 꾸준한 연구개발(R&D)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강남제비스코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448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3%로 1%에 턱걸이했다. 최근 사업연도를 보면 2016, 2017년 각각 영업이익률 9.4%, 5.03%를 기록한 이후 2018년 0.55%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때 연평균 15%이상 성장했던 페인트업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으로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건설, 선박 등 코로나19 확산 속에 전방산업 부진으로 후방산업인 페인트도 부진하다. KCC, 노루페인트를 제외하면 주요 페인트업체들도 1~2%대 영업이익률로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강남제비스코가 버티는 힘은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무차입경영에 있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2016년부터 올 3분기 기준으로 20% 안팎에 머물러 있을 만큼 재무건전성이 좋은 편이다. 올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전년 말(545억원) 보다 225억원 증가한 770억원으로 총차입금 205억원의 3배 이상이다. 차입금 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사실상의 무차입경영이다.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은 최근 2년(2018~2019년) 연간 95억원이다. 여기에 700억원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더하면 강남제비스코의 유동성 원천은 연간 795억원 규모다. 변제기한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올 3분기 기준 21억원에 불과하며, 같은 기간 이자비용을 포함한 금융비용은 4억원이다. 유동비율은 300%를 상회할 만큼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
강남제비스코는 이 같은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사업수익성 악화를 이겨나가고 있다. 한쪽으로는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배기업인 강남제비스코(주)를 보면 기술연구소는 크게 기술연구소장 밑에 연구1실~연구4실이 있으며 그 산하에 건축기술, 컬러기술, 공업기술 등 15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대표적인 연구개발 실적을 보면 자동차 보수용 2액형 칼라 서페이서(제품명: P504 칼라 프라서페)가 있다. 국내 최초로 흑색-백색-적색-황색-녹색-남색의 6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다양한 색상 구현이 가능하다. 또 VOC(휘발성유기화합물질) 규제에 적합하며 부착력과 작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환경호르몬인 BPA(Bisphenol A)를 함유하지 않는 고내식성 제관도료를 개발했다. 제관도료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담기는 드럼 안쪽에 주로 사용되는 내면용 도료다. 수입 제품에 의존하던 BPA 차단 드럼용 내면도료를 개발해 국내 제관도료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게 내부 평가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연구개발에 들이는 비용만큼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7~2019년 연구개발비용으로 각각 105억원, 105억원, 112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매출 대비 3.4~3.5%에 해당한다. 올 3분기 기준으로는 8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3.3%다. 2015~2016년 270억원대 영업이익(영업이익률 9.4%)을 거둔 가운데 연구개발비용은 각각 87억원, 98억원이었다. 강남제비스코는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오히려 늘린 셈이다.
한편 강남제비스코는 2015년 10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예정된 함안, 평택 공장 생산설비 관련 1507억원 규모 투자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14만3600톤 규모의 도료 생산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강남제비스코 관계자는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석유화학 분야에서 기술의 뒷받침은 중요한데,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산업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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