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점상’만 알았던 기자에게 ‘따상’ 이란 단어는 신박했다.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로 마감하는 걸 뜻하는 시장 속어다. 주가가 하루에 공모가 대비 160%까지 오를 수 있다. 유동성 과잉으로 ‘따상’ 또는 ‘따따상’을 기록한 기업이 속출했다. 올해 IPO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따상’을 꼽을 만하다.미디어들도 ‘따상’에 재미를 붙인 듯 했다.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다. 상장 이후 주가 그래프가 얼마나 ‘우상향’ 됐는지가 마치 IPO 성공의 척도인 것처럼 기사를 써댔다.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상장 직후 주가가 조금이라도 하향 곡선을 그리면 실패한 IPO로 낙인이 찍힌다.
주가 변동이 극심한 바이오기업일수록 이 같은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상장 첫날 종가의 공모가 대비 등락률은 평균 60%였다. 가장 최근 주가인 22일 종가 기준 평균은 118%를 기록했다. 주가와 공모가가 가장 큰 격차를 기록한 종목은 박셀바이오로 주가 상승률이 620%에 달했다.
따상이든 따하(?)든 주가 변동이 급격할수록 공모가의 존재 이유는 무색해진다. 현재 시점에서 적정 가치가 주당 얼마라는 사실을 명시한 숫자가 공모가다. 이를 위해 희망 밴드를 정하고 수요예측 과정을 거친다. 해당 발행사와 주관사가 머리를 싸매고 증권신고서를 작성하고 특히 공모가 산정 논리를 구구절절이 기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따상’ 한 방이면 단 하루만에 밸류에이션이 바뀐다. 기업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의 시가총액이 늘어난다. 투자자들은 환호하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공모가를 잘못 설정했다는 의미다. 주관사의 프라이싱(pricing)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한 꼴이다. 일부 기업은 IPO 당시 ‘시장 친화적’으로 공모가를 설정했다는 점을 홍보하기도 했는데 이는 실제 밸류에이션보다 가격을 일부러 낮게 써냈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잠시나마 흥행의 단맛은 볼 수 있겠지만 ‘따상’ 가격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을 여지가 크다. 상장 직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다는 얘기는 회사로서도 손해다. 제대로 공모가를 설정했다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물론 공모가를 무리하게 올린다면 발행사만 이득을 보고 투자자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어쩌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가가 공모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흐름이 성공적인 IPO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사실 바이오기업의 공모가 산정부터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불확실한 실적 추정치를 가지고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만큼 정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할인율이나 비교기업 선정도 정확한 근거나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처럼 공모가를 정하지 않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주관사의 책임 하에 일정 범위만 제시하고 가격을 아예 시장에 맡기는 방법이다. 주관사가 발행사와 투자자의 중간자(intermediator)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지가 관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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