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CJ대한통운]'다양성·독립성' 충족 사외이사단, 전문성은 '의문'②각 분야 전문가·이해관계 없는 인물로 구성, 사업 관련 교육 '미흡'
유수진 기자공개 2021-01-06 12:41:0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0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사외이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동시에 경영진을 감독·지원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비중과 이사회 시스템 등은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자리잡았다.동시에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고려하는 요건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과거를 지워내고 투명성과 전문성 뿐 아니라 다양성까지 갖춘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전담 지원 조직을 두고 각종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외이사의 직무 수행을 적극 뒷받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CJ대한통운의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외이사는 권도엽·윤영선·정갑영·송영승 이사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이 다양성과 독립성에 방점을 찍고 사외이사진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사진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법률과 관계, 학계, 언론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골고루 들어가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야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경영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재무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물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권도엽 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데다 2011~2013년 국토해양부 장관을 역임해 물류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윤영선 이사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기관에서 5년 넘게 근무한 회계·재무 전문가다. 삼정KPMG그룹 부회장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정갑영 이사는 연세대학교 총장을 지낸 경제학 박사로 글로벌 경제 관련 식견을 갖추고 있다. 감사원 감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경력도 있다. 마지막으로 송영승 이사는 경향신문사 대표를 역임하며 언론 관련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인물이다. 현재는 삼성언론재단 비상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4명의 이사가 중복 없이 다양한 이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은 투명한 이사회를 만들기 위해 철저한 사전 검증 작업을 거쳐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후보자들의 경력과 전문분야, 이해관계 여부, 연임 횟수, 타사 겸직현황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적당한 인물을 추려낸다.
후보는 관련 법령과 정관에서 요구하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CJ대한통운 및 계열사와 중대한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과거 재직 경험이 있거나 주식을 대량 보유하는 등 객관적인 위치에서 충실한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후보 추천 단계에서 걸러진다. 이를 위해 후보자 본인으로부터 '사외이사 자격요건 적격 확인서'도 받고 있다.
특히 독립성 보장을 위해 사추위의 추천 횟수가 2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위원회 규정에 못박아뒀다. 상법이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최장 6년으로 제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회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이사회와 경영진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재계엔 과거 해당 기업이나 계열사에서 임원을 지낸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사례가 남아있지만 CJ대한통운은 해당사항이 없는 셈이다. 사외이사들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타사 등기임원 겸직이 2개 이하로 제한된다.
따라서 사외이사들은 CJ대한통운 및 계열사 재직 경험이나 거래내역이 전무하다. 사외이사가 임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와 CJ대한통운, 계열사간 거래내역은 있지만 이를 독립성 침해 요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사가 고문으로 근무하는 로펌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정도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물류나 택배업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 전문 분야가 따로 있지만 사외이사로서 원만한 업무 수행을 위해선 CJ대한통운의 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최근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상대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CJ대한통운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2018년까진 사외이사 대상 교육이 아예 없었고 2019년에 처음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작년 6월과 12월에 감사위원회 사무국과 자금팀이 내부회계 관리제도 운영과 감사위원회 역할, 책임 등에 대해 교육하는 데 그쳤다.
교육 내용 등을 살펴보면 사실상 사외이사의 전문성 제고 목적이라기 보다는 감사위원회 대상 교육으로 보는 게 더 맞다는 지적이다. 회사의 회계와 업무에 대한 감사를 수행할 때 필요한 내용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감사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고 감사위 교육실시 현황에 같은 내용이 올라가 있다.
특히 정갑영 이사가 두번째 교육에 일신상의 사유로 불참했으나 추가 교육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역시 지난 5월 진행된 내부회계 관리제도 운영교육이 전부다. 사실상 물류·택배 업황이나 코로나19 영향 등 사업에 대한 이해 제고를 위한 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CJ대한통운 측은 "사외이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육을 제공·안내하고 있다"며 "이사회 또는 각 이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회사의 비용으로 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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