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몽' 보낸 롯데, 신동빈 '쓴소리 대신 격려' "포스트코로나 기회 삼아야"...사장단회의 '조직문화·ESG' 언급 눈길
최은진 기자공개 2021-01-14 08:19:42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3일 2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롯데그룹의 올 첫 사장단 회의는 의외로 차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질타보다는 독려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작년 이맘 때 진행된 사장단 회의에서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까지 언급했던 것과 다른 기조다. 롯데그룹 전반에 퍼질 패배감을 추스리고 독려하려는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다만 변화를 채근하는 기조는 여전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기대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년사에서도 언급한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13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임원 100여명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이 회의는 예정시간대로 정확히 6시께 마무리 됐다.
통상 롯데월드타워에서 모여 대면회의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특히 몇몇 회의실로 분산해 각자의 모니터를 통해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던 방식에서 한발 나아가 올해는 따로 모이지도 않았다. 개별 집무실에서 각자 진행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번 VCM은 그간 진행했던 외부강의나 토크콘서트와 같은 일정은 모두 제외시켰다. 롯데지주 중심의 업무보고와 계획 발표가 중심이 됐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인 임병연 대표이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발표를 했고 뒤이어 롯데지주 주요 실장이 업무보고를 했다. 이훈기 경영전략혁신실 부사장과 추광식 재무혁신실 전무가 각각 발표했다. 이후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인 이동우 사장과 송용덕 부회장이 각각 전년도 업무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은 신 회장의 강평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분위기는 작년과는 다소 달랐다는 게 고위임원들의 전언이다. 작년에는 휴대폰까지 압수당한 채 5시간 마라톤 회의가 진행될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변화가 시급하다는 절박함을 신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독한발언까지 언급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다. 롯데그룹의 실적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주요 계열사들이 시류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위기 의식을 확실하게 심어줬다.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이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사업구조 개편 등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거나 역성장을 하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어조는 오히려 작년보다 차분했다. 독한 발언도 없었다. 오히려 패배감에 젖을 그룹 분위기를 우려해 다독이고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긴장감만으로 변화를 만들 순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각오로 임해달라는 당부가 주를 이뤘다.
우선 신 회장은 코로나19가 해소된 뒤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신 및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가시화 되면서 하반기 들어 서서히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때 롯데그룹이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롯데그룹 내부의 시선이 아니라 고객은 물론 외부 사회적 관점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관점'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조직문화의 변화를 강조했다. 유연한 조직 분위기 속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문화가 형성 돼야 변화에 더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신년사를 통해서도 신 회장은 중앙집권적인 조직문화보다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계열사의 독립경영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긴장감이나 위기의식도 분명 있었지만 조직문화의 변화 추구와 코로나19 이후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는 독려와 주문이 주된 내용이었다"며 "독한 발언으로 질타하기 보다는 변화를 독려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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