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22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IPO 시 일반청약자의 공모주 배정기회 확대 방안'을 통해 개인투자자 혜택을 늘렸다. 우리사주 미달 물량 중 최대 5%와 기존 하이일드펀드 물량 5%를 떼내 개인 몫으로 돌리면서 배정 비중을 20%에서 최대 30%로 확대했다.당국 결정은 공모주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만큼 개인에게도 과실을 나누자는 취지다. 사실상 최대 80% 물량을 기관이 독식하는데 반해 일반 비중이 너무 낮다고 호소하는 개인들의 손을 들었다. 추첨, 균등배분제 역시 연장선이다.
최근 기류만 보면 개인들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연초 공모주 시장은 기록적 경쟁률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불만이 컸던 개인들은 올해 IPO 신고서를 낸 기업부터 물량을 더 받을 수 있는 만큼 추가 수익을 담보로 투자를 준비한다. 지금까진 그렇다.
하지만 개인물량 확대는 공모주 투자에 잠재된 리스크를 철저히 외면한 결정이다. 과열된 분위기 탓에 공모주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담보한 상품이 됐다. 종목, 섹터 등의 가치는 물론 IPO 주관사나 애널리스트들의 밸류에이션 책정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사실 기관들에게 많은 물량이 배정된 것은 특혜와는 무관하다.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가격 책정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이 기관만으로 이뤄지는 점도 연장선이다. 상장 후 주가 하락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도 있다.
위기의 시작은 언젠가는 올 공모주 시장 한파, 아니 안정부터다. 주관사나 판매사 등은 지금의 넘치는 유동성 덕에 특별한 언급을 피하지만 불씨만 꺼지면 문제점들을 수면위로 꺼내들 수 있다. 공모주 시장이 뜨겁다 식어버린 흐름은 항상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기류 변화에 가장 치명적인 쪽은 당연히 개인이다. 이미 상장 후 폭등한 몸값 책임을 주관사 탓으로 돌리며 국민청원에 나서는 등 개인들의 선택은 '묻지마 투자'를 연상케 한다. 공모주 투자로 손실을 입으면 감당을 떠나 회복 자체가 힘든 주체가 개인들이다.
상황 변화에 맞물린 리스크는 결국 IPO 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에도 전이된다. 30%의 물량을 책임지는 개인이 투자를 꺼린다면 대규모 실권은 수순이다. 증권사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지금과 시장 분위기가 다르면 배정 확대는 결국 온전히 부담이다.
금융위원회 결정에선 지난해 쑥대밭이 된 사모펀드 시장의 최소가입액 기준 하향 사례가 오버랩된다. 2015년 시장 열기와 가능성에 가입액을 3억에서 1억으로 내리는 등 문턱을 완화해 일반투자자 유입을 늘렸다. 결국 충격파를 겪은 뒤에야 문턱을 다시 높였다.
공모주 개인배정 확대는 지금이야 개인 환대와 기관 무관심에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냉온탕을 반복하는 시장임을 감안하면 성급하고 무리한 선택지에 가깝다. 그래도 불가피하다면 지금이라도 일몰제처럼 한시 적용 등의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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