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르노-닛산 신경전+원가경쟁력 상실 '타격' 북미 수출 '로그' 물량 중단 결정적, 고강도 구조조정 '서바이벌플랜' 추진
김경태 기자공개 2021-01-25 14:23:59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1일 1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이 '서바이벌 플랜'으로 명명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북미에 수출해 온 닛산 로그 물량의 감소가 있다. 이는 최근 르노-닛산 간의 신경전이 영향을 미쳤다. 또 과거 물량을 받을 때와는 달리 일본 닛산에 비해 생산원가 경쟁력을 잃어버린 점이 결정적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르노삼성은 21일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서바이벌 플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에 대한 20% 임금 삭감에 나선다.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이다.
이번 발표는 르노삼성의 최대주주인 르노그룹의 새로운 경영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과 맞물린다. 르노그룹은 이달 14일(프랑스 현지시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르노그룹은 영업이익률을 2023년과 2025년까지 각각 3%, 5% 이상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현재보다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지역으로 지목했고 서바이벌 플랜 발표로 이어졌다.
르노삼성은 2010년대 초반 대규모 적자를 거두며 부진하다가 2013년 흑자 전환했다. 그 뒤 2017년에는 매출 6조7094억원을 거두며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 4016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매출이 역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년 연속 감소했다.
2019년에도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별도 매출은 4조6777억원으로 전년보다 16.5% 줄었다. 영업이익은 2112억원, 당기순이익은 1617억원으로 각각 40.4%, 27.1% 감소했다. 작년에는 8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사측 관계자는 영업손실이 7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의 실적 개선과 악화는 모두 닛산 '로그'와 관련이 있다. 르노삼성은 2014년8월부터 로그를 생산해 닛산 미국법인(Nissan North America)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0만대 이상을 공급했다. 로그가 전체 수출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93%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물량이 점차 줄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이듬해에는 르노와 닛산 간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악영향을 받았다. 르노 출신인 카를로스 곤 회장은 2018년11월 탈세 혐의로 일본에서 전격 체포됐다. 닛산은 곤 회장을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르노-닛산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르노삼성의 로그 물량 생산 논의도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작년 3월 로그를 대체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본격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작년 수출은 1만9152대로 2019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르노삼성이 자체적인 원가경쟁력을 잃었다는 점도 있다. 최초로 로그 생산을 맡게 될 당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일본에서 만드는 것보다 약 20%가량 저렴했다. 닛산도 싸게 공급받은 자동차를 팔면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르노삼성의 로그 생산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그 뒤 르노삼성의 원가가 점차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닛산이 일본에서 생산하는게 저렴해졌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는 일본에서 만드는게 비용이 20%가량 절감된다. 이는 닛산의 인력 구조와 관련이 있다.
닛산은 카를로스 곤 회장이 주도한 닛산리바이벌플랜(NRP)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도 겹치면서 생산라인에 20~30대 청년층이 일하는데 대부분 기간제다. 생산량의 증감에 따라 인력을 수시로 조정한다.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닛산은 이달 일본 내 주요 거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800명 정도의 계약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직원들은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수익성 및 수출 경쟁력 개선 없이는 르노그룹으로부터 향후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내외 경영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 개선과 함께 현재의 판매 및 생산량에 대응하는 고정비, 변동비의 축소 및 탄력적 운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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