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삼성 시스템 경영 점검]포스트 이재용 체제 '집단지도 vs 자율경영'⑤사법리스크 장기화 불가피, 총수부재 근본적 대책 필요

원충희 기자공개 2021-01-29 07:31:54

[편집자주]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상황을 맞았다. 2008년과 2017년에 공백 사태가 있었지만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간 총수의 부재 상황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오면서 시스템 경영을 강화해 나갔던 삼성.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불안의 목소리가 많다. 더벨은 총수 부재 상황을 삼성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6일 07: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장기레이스가 불가피하다. 국정농단 재판은 실형으로 끝났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재판은 수년을 더 갈 수 있으며 여기서도 실형이 나올 경우 이 부회장의 복역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첫 구속됐던 2017년 자율경영 체제를 택했다. 전자, 제조, 금융으로 이뤄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계열사 사장들이 독자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총수부재를 대신할 시스템이라기보다 임기응변으로 만들어진 경영체계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삼성그룹을 향해 비상경영이란 단기처방을 넘어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착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넘어가지 못한데다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한 만큼 오너중심 경영체제 연장선에 있기에는 삼성을 둘러싼 여파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총수공백을 메울 집단지도 체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SK 수펙스 소개

총수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던 곳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직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있다. SK 역시 최 회장 구속 2년 6개월 동안 총수부채 사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SK는 삼성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수펙스(Super Excellent)추구협의회'로 대변되는 집단지도 체제다.

30년 역사를 가진 수펙스는 원래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장단 회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자리가 됐다가 2003년 구조조정본부 해체로 상당부분의 역할을 이관 받으면서 그룹 집단지도 체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원로 경영진이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 수펙스 같은 체제는 지주사 구조를 갖고 있는 SK보다 삼성 같은 비지주 그룹에게 더 필요하다"며 "삼성의 계열사 독자경영 체제로 간 것은 이 부회장이 돌아올 때까지만 임시로 하자는 단기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될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까지 없어지면서 삼성 안팎에선 집단경영 체제 도입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그룹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중추역할을 하는 곳이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시절에는 계열사 간 중복되는 업무를 조율하기 위한 사장단협의회가 있었다.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를 거느리는 등 단순 네트워크 모임을 넘어 집단경영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이 체제는 길게 가지 못했다.


삼성으로서는 당장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조직을 부활시킬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공식해체를 선언한 마당에 여론의 질타와 비판을 감내하면서 유사한 기능의 조직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밸류체인으로 엮인 계열사들이 빈번한 협업과 정보교환을 통해 좀 더 디테일한 전략을 짤 수 있는 기능은 필요했다. 가령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들과의 연계성이 큰 곳이다. 전자사업 계열사들을 주관하는 사업지원TF가 설치된 이유다. 문제는 미래전략실 후신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해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계열사 간 소통과 협업을 위한 최소한의 협의체 구성이다. 과거 사장단 회의처럼 정례모임을 통해 계열사 간 최소한의 업무조율 기능을 가져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의사결정 기능 등을 추가하는 등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주요 의결을 내릴 수 있는 협의체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 경영체제에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SK의 수펙스도 최태원 회장의 결단에 힘입어 최고협의기구로 등장한 만큼 삼성에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이 부회장의 의지가 필수"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