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사각지대 점검]촘촘해진 공정위 레이더망,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①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 수십개로 증가 '부담'
박상희 기자공개 2021-02-01 11:03:03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다. 공정위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수 기업들이 오너일가 보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6년 만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이 대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편입된다.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5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사각지대에 있던 계열사와 관계사들이 대거 공정위 레이더 감시망에 새롭게 포착됐다. 개정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올해 말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공정위는 5월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8~9월에 기업의 주식소유현황 공시를 바탕으로 사익 편취 대상 기업 리스트와 사각지대 회사를 발표할 예정이다.2015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으로 힘들어하던 대기업들은 법 개정으로 사익 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가 많은 경우 수십개까지 늘어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내부 거래 비중과 규모를 줄이든지, 총수일가 지분 매각 등의 후속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총수 지분 20~30% '지주사' 대거 포함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 거래 현황 공개' 자료에 따르면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176개)의 내부 거래 비중은 11.9%, 금액은 8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210개 회사 가운데 매출액이 없는 회사 등 34개는 제외했다. 사각지대 회사(343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과 별 차이가 없었다.
사각지대 회사란 △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의 상장사 △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 자회사 △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의 자회사 등을 일컫는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 계열사'와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자회사'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 계열사는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5월 기준 210개에서 591개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종전에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29.9% 수준인 현대글로비스가 이전에는 사각지대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 기업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글로비스 뿐만이 아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와 기업들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26.76%다. 이전까지는 사각지대 회사였지만 앞으로는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SK그룹의 경우 2015년 기준 최태원 회장이 지분 32.92%를 보유했던 SK C&C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타깃이었다. 같은해 8월 SK C&C는 SK㈜와 합병했고, 최 회장의 지분율이 23.2% 수준으로 감소해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GS그룹, 사각지대 계열사 가장 많아
SK㈜와 ㈜한화의 경우처럼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30% 수준인 상장사는 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지주사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은 필연적으로 지배력 확보 차원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G그룹의 ㈜LG, 한진그룹의 한진칼, LS그룹의 ㈜LS와 예스코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효성그룹의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익히 알려졌던 곳들이다.
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자회사도 공정위 감시 레이더 망에 새롭게 포착됐다. 현대차그룹의 △서림환경기술 △현대첨단소재, SK그룹의 △SK가스 △SK플라즈마,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 △에이치글로벌파트너스 등이다.
새롭게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를 대거 보유하게 된 곳은 GS그룹이다. △GS리테일 △GS에너지 △GS EPS △GS E&R △GS글로벌 △GS스포츠 △해프닝피플 등이 신규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오일뱅크 △현대엘앤에스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미래파트너스 등도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됐다.
상장 사각지대 회사의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레이더망이 보다 촘촘해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마린서비스가 새롭게 규제 대상에 올랐다. SK그룹의 경우 △SK바이오팜 △SK실트론 △SK E&S 등 주력 계열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GS그룹은 상장 사각지대 회사의 자회사란 이유로 무려 10개 기업이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됐다.
◇과도한 브랜드 로열티·배당·수의계약 관행 '브레이크' 걸리나
물론 규제 대상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타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위 남동길 사무관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기본적으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한다"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지 않고 매출 비중이 12% 미만일 경우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그 기준을 초과한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부거래가 총수 일가의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는 것이다. 남 사무관은 "사익 편취 규제 심사 지침이 예규로 마련돼 있다"면서 "그 지침을 토대로 부당 내부거래 심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해당 내부거래가 승계 재원이나 지배력 확대 등 총수일가의 부당한 이익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향후 과도한 브랜드 로열티나 배당은 물론 수의계약 관행 등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많은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된다"면서 "법 시행 이전에 공정위가 문제 삼을만한 소지가 없는지 등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8~9월께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와 사각지대 회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5월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대기업의 주식소유현황 등을 바탕으로 리스트를 취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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