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 삼성헤지운용 '외로운' 시험대 올랐다 본체 삼성운용과 합병 무기한 연기...1년새 설정액 급감, 헤지펀드 정상화 해법 모색중
이효범 기자공개 2021-01-28 13:03:1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6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이 최근 1년새 급격하게 감소했다. 신규 펀드 설정이 거의 없었고, 운용 중인 헤지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잇따랐다. 모회사인 삼성자산운용과 합병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독자생존을 위한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된다.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헤지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2020년말 3753억원이다. 2019년말 6349억원 대비 40.89%(2596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형 헤지펀드 전체 설정액은 34조2460억원에서 29조6796억원으로 13.33%(4조5670억원) 줄었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이 시장보다 더욱 극심한 역성장을 겪은 셈이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이 지난해 신규로 설정한 헤지펀드는 단 1개다. 같은 해 6월말 설정한 '삼성A클럽퇴직연금코코플러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호' 뿐이다. 설정액 105억원인 채권형펀드로 조성됐다. 이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자금 운용을 위해 만든 펀드다.
신규펀드 설정이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졌다. 2019년말 운용 중인 펀드 수는 총 28개였으나 작년말 펀드수는 18개로 10개 감소했다. 주력인 A클럽과 H클럽 가릴 것 없이 펀드 수가 줄고 있다. A클럽은 채권형, H클럽은 롱숏전략의 헤지펀드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지난해 변화의 기로에 직면했다. 2017년초 설립된 이후 3년여간 운용사를 이끌어왔던 허윤호 전 대표를 대신해 홍의석 전 대표를 선임했다. 이후 3개월여 만에 안제천 대표를 새로 발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은 라임,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시장이 위축되자 삼성헤지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당시 합병 목적으로 “사모시장 경쟁격화로 인한 수탁고 감소에 따라 삼성헤지자산운용을 모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이 흡수합병해 헤지운용 부분을 정상화"라고 공시했다. 합병 후 계획까지 짜여져 있었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를 각각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맡기로 했다.
그러나 합병을 한달 앞두고 돌연 이같은 계획이 번복됐다. 삼성자산운용은 합병일정을 '미정'으로 변경하고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낸 공시에서 삼성운용은 "합병기일과 합병등기예정일자를 합병당사자간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한 합의에 따라 '미정'으로 변경하며, 추후 '합병기일' 등 일정이 확정되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합병 계획이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삼성자산운용이 흡수합병을 재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점을 감안할때, 삼성헤지자산운용이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도록 또 한번의 실험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지난해 합병 계획이 무산된 이후 삼성헤지자산운용의 독자생존이 순탄치 않은 여건이라는 점이다. 그룹 내 헤지펀드 계열사라는 한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롱숏전략이나 채권 투자를 통한 인컴형 펀드를 운용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특히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삼성 특유의 성향과 헤지펀드 사업이 불협화음을 낸다는 평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른 헤지펀드들이 절대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코스닥 상장자 메자닌 투자를 병행하는 것과 달리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상장 주식을 활용한 롱숏전략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했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은 2019년 'A클럽' 헤지펀드를 처음으로 론칭하고 채권투자에 주력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만기가 짧은 채권을 주로 편입해 인컴형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이와 함께 롱숏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더욱이 최근 대외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내 증시는 롱숏전략보다 롱온리 전략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100선을 돌파하는 등 코스피에 상장된 많은 종목의 주가가 올라 롱온리 전략을 통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공매도를 금지하는 정부 규제도 그동안 삼성헤지자산운용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롱숏 포지션을 구축해 절대수익을 쌓아가는 운용 전략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실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운용역 입장에서는 구상하는 운용전략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은 그러나 여전히 그룹 내에서 롱숏전략의 헤지펀드 사업을 정상화 해야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룹 내 헤지펀드 계열사로서 롱숏을 주전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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