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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우대하는 사회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공개 2021-02-08 08:27:26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요즘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 흠뻑 빠졌다. '무명가수전'이라는 부제에서 알수 있듯이 무대에도 제대로 서지 못하는 무명가수들의 각본없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에게 이름이 아닌 번호(無名)를 붙였다. 대중에게 이름이 안알려진 무명가수니까. 참가자 이름이나 얼굴은 몰라도 대표곡은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곡들이다. 첫소절이 나오면 무릎을 탁 친다. "아~ 이 친구가 이 노래를 불렀구나."

참가자 모두 가슴 절절한 사연 하나쯤은 갖고 있다. 거기에 거침없는 노래 실력까지 어우러지니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최종 톱 10에 올라 번호를 떼고 이름을 찾는(有名) 출연진의 모습은 울컥하기까지 하다.

# 실력파 무명가수를 발굴하는 싱어게인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기업들도 능력있는 경력직들을 초대하는게 현실이다. 지난 60여 년간 기업의 핵심 채용수단이던 공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SK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SK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정기 채용과 수시 채용 등을 통해 연간 8500여명 규모를 선발해왔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2019년, LG그룹이 지난해 각각 공채를 폐지했다. 삼성그룹도 폐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소규모 수시 채용이 대세다. 필요한 사람을 적기에 뽑겠다는 것이다. 채용 연계형 인턴도 기업들이 선호하는 리크루팅 방식이다. LG그룹은 공채를 폐지하는 대신 신입사원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키로 했다. 일정기간 인턴 근무후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결국 업무 경력이 없는 사람은 취업 자체가 힘들어지는 시대다. 실제 '취준생'들의 취업문은 크게 좁아졌다.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로, 전체 연령대 실업률(4%)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기획재정부 조사) 대졸자 실업률 순위 역시 2009년 OECD 37개국 중 14위에서 2019년 28위로 14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급여 차이가 비슷하다면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뽑는게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그게 현실이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같은 신생 기업들도 경력직이 대부분이다. 코로나 19 한파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에도 2~3년차 경력을 지닌 '중고 신인'이 넘쳐난다. 취준생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 경력 하나에도 목을 매고 있다.

# 인턴이 또다른 인턴을 위한 경력이 되고 그런 인턴 경력 4~5개가 모여야 진정한 경력직 후보가 된다. 심지어 비싼 돈 내고 4년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 후 내 돈 들여 전문 학원을 수료하는 경우도 많다. 이 모든게 사회적 비용이다.

결국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취준생보다 정보, 인맥이 갖춰진 경력자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대입 성공을 위해 엄마의 정보력이 필수라고 했지만 이제는 취업을 위해선 부모님의 인맥과 정보력이 필수인 시대다. 누구처럼 부모님 스펙없는 사람은 어떡하라는 말인가. 공정한 수시 채용이 오히려 불공정을 야기하는 셈이다.

신입사원 공채로는 적합한 인재를 적시에 뽑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대기업의 화두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이다. 단순히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면 사회책임 차원에서 새내기들을 위한 새로운 리크루팅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으면 한다.

이대로 가다간 취준생들만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이 추가될 지도 모르겠다. 초-중-고-대-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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