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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생명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 안해' 보유목적 '일반→단순투자' 변경, 임원선임·배당확대 권리 '포기'

이은솔 기자공개 2021-02-09 07:46:1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1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삼성생명보험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일반투자로 목적을 바꾼지 1년 만이다. 주주제안이나 배당확대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의미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 상승과 투자목적 변경 사안을 최근 공시했다. 약 85만주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지분율은 기존 5.91%에서 6.33%로 상승했고 투자 목적은 기존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됐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임원의 선임과 해임,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정관변경 등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기관 투자자의 보유목적이 단순투자와 경영참여 뿐이었는데 지난해 1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며 일반투자라는 선택지가 새로 생겼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행사지침) 활성화를 위해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바꾸지 않아도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해 1월말 삼성생명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그런데 1년 후인 지난 3일 경영권 참여 권리를 포기하고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재조정했다.


금융권 해석은 두 가지다. 지난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보유목적을 현행체제로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첫 번째다.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식적 결정을 내릴 때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외부에 방향성을 공표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후행 조치가 따라야 한다. 기업에 대한 지배권 행사도 매번 리뷰를 거쳐 어떤 비공개 서한이나 주주제안이 이뤄졌는지, 회사 측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삼성생명에 대한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면 일반투자에 걸맞는 주주권 행사 등이 뒤따라왔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국민연금 내부에서 그동안 삼성생명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굳이 일반투자 목적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스튜어드십코드센터 선임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삼성생명에 대한 1년 간의 경영권 참여를 리뷰해 본 결과 일반 투자 목적에 부합할 정도의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유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특별히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기업들 중에서 일부는 여전히 일반투자 목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같은 시기 보유목적을 조정했던 회사 중 현대차와 셀트리온은 단순투자로 다시 목적을 변경했지만 SK하이닉스, 대림산업, 현대중공업 등은 일반투자 목적을 유지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6주 전 확정돼야 해 지난해 제도가 개정되었을 당시에는 시기상 주주제안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올해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기점이 될 거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어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고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경영권 정리나 지분교환, 배당을 통한 상속재원 마련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국민연금은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목적을 일반에서 단순으로 '하향 조정'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지난해 이미 사실확인이나 내부 의사결정 사항 확인 등 필요한 절차를 완료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투자에서의 경영권 참여는 주주총회 안건 찬성 반대 등 최소한의 절차만을 의미한다"며 "국민연금은 굉장히 보수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사실확인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투자목적을 낮췄다는 건 그동안 필요한 질의나 사실확인 등을 모두 완료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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