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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l Story]KB국민카드 태국진출, 금융당국이 물꼬 텄다한국계 부정적 이미지 해소 일조, 교두보 마련

이장준 기자공개 2021-02-15 07:15:0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0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카드의 태국 진출 성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사들이 줄지어 철수한 탓에 현지 당국은 '한국계'를 달갑지 않게 보는 기류가 강했음에도 이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우리 금융당국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태국 여신전문금융회사 '제이 핀테크(J Fintech)'의 의결권 지분 50.99% 인수를 완료했다. 지난해 4월 지분 인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딜을 마무리했다. 태국 상무부 등록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회사명을 'KB 제이 캐피탈(KB J Capital)'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태국은 세계 20위권의 인구(6995만844명)와 23위의 국내총생산(GDP·5436억4997만6166달러) 능력을 갖춘 국가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해 주변에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끼고 있다.

비록 경제 성장률은 베트남과 미얀마에 미치지 못하나 동남아시아 내 거대 금융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시장이지만 국내 금융권에게 태국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출처=구글 지도

앞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아 원화 사정이 어려워지자 현지에서 대거 철수한 탓이다. 당시 일본계 금융사가 철수하지 않고 시장을 지킨 것과는 달랐다. 시간은 상당히 흘렀으나 현지에선 한국계 금융사의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여전하다. 이로 인해 국내 금융사가 라이선스 확보에 애로가 많다는 후문이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여전사가 신규 인허가나 인수합병을 통해 태국 소비자금융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건 이번 KB국민카드가 처음이다. 기존에 진출한 산업은행 방콕 사무소와 KTB투자증권·삼성생명 법인 정도만 현지에 남아있었다.

이동철 사장의 노력 결실로 볼 수도 있다. KB국민카드는 2018년 이 사장 취임 이후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해왔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캄보디아 KB대한특수은행(KDSB)과 인도네시아 캐피탈사 PT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FMF)를 인수했다. FMF를 비롯해 이번 태국 진출 건도 이 사장이 직접 현지를 오가며 거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국내 금융당국의 조력이 없었다면 딜의 성사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당국에서 컨설팅도 해주고 금융감독 등 규제 정보를 공유한다"며 "이번 KB국민카드의 태국 진출과 관련해서도 당국에서 암암리에 신경을 많이 써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가 직접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요청할 순 없다. 현지 금융당국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다만 임원과 실무진 간 교류를 통해 해외 진출이 많은 국가의 감독당국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가령 KB국민카드가 국내에서 영업 활동은 건전한지, 시장점유율(M/S)을 비롯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당국에 어필해줄 수 있다.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탄탄해 해당 국가의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식의 홍보도 해줄 수 있다.

해당 국가에서 국내 금융사가 받은 제재와 관련해 감독당국에 견해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임원이나 지점장 후보가 적격한지(fit and proper) 묻는 업무용 편지(business letter)를 보내기도 한다. 이때 감독당국은 후보자가 제재를 받았더라도 국내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소명을 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당국은 평소에도 동남아시아 시장 동향이나 인허가 제도, 법규, 직제 등을 조사해 홈페이지에 공지하거나 금융사에 발송해 참고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국 감독당국 측 고위급 인사와 계속해서 만나며 공들여 설득했다"며 "수치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같은 노력이 국내 금융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당국은 태국에서 지난해 9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베라타이 산티프랍홈(Veerathai Santiprabhob) 태국 중앙은행(Bank ok Thailand) 총재가 만나 '금융부문 및 금융 서비스 혁신 등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본래 당시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ADB 연차총회를 맞아 MOU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탓에 2023년으로 행사가 연기됐다. 당국은 계속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우편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를 체결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면 현지 당국과 MOU 체결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1년 넘게 준비작업을 거쳐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조율해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다른 금융사에도 태국 진출의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다. 이는 곧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성공으로도 해석된다.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윈윈' 모델이 바로 KB국민카드의 이번 태국 진출 성공인 셈이다.

*KB국민카드 제공

KB국민카드가 이번에 인수한 회사는 태국 내 휴대폰 유통과 채권 추심 1위 업체를 계열사로 보유한 제이마트(Jaymart) 그룹의 금융 자회사다. 주 수익원은 개인신용대출, 자동차대출 등이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과 순이익은 각각 1392억원, 순이익 39억원을 기록했다. 제이마트(Jaymart) 그룹의 자회사 '제이마트 모바일'이 보유한 휴대전화 유통 채널 등을 전속시장으로 활용해 독점적인 금융 서비스 판매를 할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태국 진출이 KB금융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의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나아가 한동안 어려웠던 한국 금융회사들의 태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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