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10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딱 1년 전 일이다. 크로바하이텍의 경영권 분쟁 공시를 접하고 소액주주 연대 대표와 통화를 했다. 당시 크로바하이텍은 기업 사냥꾼에 의해 망가지는 상장사의 전형적인 상폐 수순을 밟고 있었다.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되고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을 가져 오고자 소송을 제기하지만 높은 확률로 끝내 패소하고 마는.비슷한 그림을 수차례 봤다. 대표적으론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여러 코스닥 상장사들이 그러했고 그만큼 알려지진 않았어도 엇비슷한 시나리오를 거쳐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업체들이 안타깝게도 코스닥 시장엔 꽤 많다.
크게 두 종류다.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받았으나 추가 성장의 현실 장벽 앞에서 무너진 경우 또는 창업주의 승계 시점에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경우다. 이후는 적잖은 확률로 매각 후 수차례의 경영권 손바뀜 끝에 상폐된다. 소위 '꾼'이 연루된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크로바하이텍은 조금 달랐다. 주주연대 안호철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답은 커녕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재감사 때문에 회생법원을 가려고 하는데 혹시 더 나은 방법을 아시냐"고. 짧다면 짧지만 당시 7년여 기자 생활 동안 비판 섞인 첫 질문에 이렇게 진심으로 방도를 구하는 대표는 처음 봤다. 대개는 회피, 나머지는 호언장담 내지 감정호소다.
그래서 반신반의 하면서도 내심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이 주주들이 승소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사례를 보고 싶다는, 또 그것을 안 대표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최근 크로바하이텍의 회생절차 종결 공시를 접하고 한달음에 회사를 찾은 건 이 때문이었다.
크로바하이텍은 1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 보다 안 대표가 1년 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계획들이 모두 현실이 돼 있었다. 상폐 유예 결정을 받았고 문제가 된 첫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의견을 이끌어냈다. 잠정이지만 차기 최대주주가 될 건전한 투자자도 모집했다.
주식은 처음이라던 주주연대 대표가 이번엔 한 기업의 대표로서 이후의 계획을 차분히 설명해 왔다. 바뀌지 않은 건 1년 전과 같은 진솔한 어조다. 안 대표는 그간의 장정에 대해 "몰라서 용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바뀐 위치에서 지켜야 할 컴플라이언스로 인해 "새로운 고민의 연속"이라며 축하의 말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실제 크로바하이텍이 정상 궤도로 되돌아가기 위해선 여러 능선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훨씬 가까이 다가서 있다. 마음 졸임 속 일상을 통째로 바꿨을 곳에서 안 대표는 희망을 보고 있다. "사명에 '행운'과 '기술'의 의미가 담겨 있어 좋다"면서. 크로바하이텍이 이름에 걸맞은 기업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놀라운 1년을 선보인 그의 남은 기간에도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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