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판결 후폭풍' 에코프로비엠, 美 전략 수정 '불가피' 고객사 리스크 현실화…전략적 유연성 강화, 삼성SD·LGES 협업 확대할 듯
조영갑 기자공개 2021-02-17 08:02:4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5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이노베이션(SK이노)의 배터리 특허소송이 사실상 LGES의 승리로 끝나면서 양극재 업계의 눈길이 에코프로비엠으로 쏠리고 있다.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SK이노가 '소송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에코프로비엠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 진출 역시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김병훈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15일 "양사(LG-SK)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도 "만약 협상이 결렬돼 (SK이노의 미국 내 영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객사와의 협업과 미국 사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1월 SK이노가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첫 해외 법인(Ecopro America)을 설립하고 현지 투자를 검토해왔다. 미국 전기차(EV) 시장의 확대를 노리는 SK이노와 협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에 한정된 생산거점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로 변수가 생겼다. LGES와 SK이노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에코프로비엠의 글로벌 사업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탓이다. SK이노가 10년 간 배터리 제품의 미국 수출 및 제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SK이노와의 미국 내 협업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해 2월 SK이노와 맺은 2조7400억원 규모의 NCM(니켈코발트망간) 공급 계약 역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현재 합의금의 액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의 판결에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전례가 없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에 공급하고 있는 NCM 양극재 물질은 SK이노 서산공장에서 배터리팩과 모듈 제품으로 가공돼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납품되고 있다. 하지만 기계약 액수인 2조7400억원이 계약 만료인 2023년 말까지 전량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액으로 산입되기 위해서는 현재 공사 중인 SK이노 조지아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포드(Ford)와 폭스바겐이 주요 엔드유저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에코프로비엠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에코프로비엠은 미국법인의 역할 변경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대표는 "(미국 및 유럽 등) 현지 진출을 계속 추진할 것이고, 고객사인 삼성SDI 역시 미국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법인의 활용도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미국시장 진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법인의 확장은 협상 추이를 보면서 속도와 양상을 결정하되, 유럽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도 크다. 에코프로비엠은 '리걸 리스크(Legal risk)'가 다소 낮은 유럽 설비 투자를 올해 상반기 내 확정짓고, 늦어도 내년 초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최소 2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내부적으로 상반기에는 의사 결정이 난다"면서 "이후 부지물색, 선정과정 등을 거쳐 늦어도 내년 초 삽을 뜨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SK이노의 생산설비가 집중된 헝가리가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의 결속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지난해 2월 각각 7200억원(60%), 4800억원(40%)을 출자해 양극재 생산 조인트벤처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면서 한배를 탔다.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동맹이다. 글로벌 사업에서도 SK이노보다 삼성SDI와의 협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소송의 당사자인 LGES와의 협력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에코프로비엠은 폴란드 지역을 중심으로 LGES와 리사이클링(폐전지재생) 사업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2만톤 분량의 폐전지를 1만2000톤 분량의 양극재로 재생하는 사업이다. 낮은 단계에서의 '동맹의 틀'은 갖춰졌다는 평가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이 LGES에 양극재를 직접 공급하는 수준의 협력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거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활물질이 배터리 양산 공정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최대 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거래가 없었던 양사가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리사이클링 공동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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